[초점]감염병 수가개편 선행조건
메르스 사태 여파가 감염관리 정책 대수술이라는 의료계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복지부는 상시적 평가를 토대로 인센티브와 페널티 등 압박형 정책 방향을 잡고 있지만 의료계는 전문가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적 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유행을 계기로 의료체계 감염 관리 및 예방 노력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제도개선 일환으로 건강보험 수가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이날 제시한 수가개편 방향은 크게 상시 평가와 통합수가 신설,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 등이다.
우선, 병원 감염관리 현황을 상시적으로 평가하고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한다.
또한 감염 통합진료수가 신설 등을 통한 감염관리 인력 확충과 병원 내 감염방지 활동 지원 그리고 음압병상 수가 현실화 등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스 확산 진원지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재발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 구조개편도 뒤따른다.
응급의료기관 격리병상과 격리구역 의무화 등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격리병상 등 병실 구조 변경과 더불어 보호구 등 의료용품 수가신설에 이어 포괄 간호시범사업 수도권 및 상급종합병원 조기 확대를 추진한다.
복지부 개선방안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이미 드러난 국내 의료체계의 그늘이다.
문제는 감염관리 강화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시설 등 지원책 마련이다.
자칫, 국민 여론을 의식한 땜질식 정책 다시 말해 결과물에 집착한 의료계 압박정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이미 정부의 메르스 병원 손실보상 방안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감염병관리병원이나 정부의 폐쇄병원에 국한한 160억원 예비비 지원 만으로는 자진 폐쇄나 휴원, 환자 수 급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료계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의사협회는 재원 고민 없는 수가개선은 규제강화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의협 메르스 대책본부장)은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단기간 대책보다 전문가 참여 논의기구를 통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청희 부회장은 "병원 감염관리 현황 평가는 반드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감염관리 전담팀 운영의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인력과 시설 투자 재원에 대한 고민없이 수가개선 방식으로 페널티까지 고려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규제강화 조치"라고 꼬집었다.
복지부가 간과한 또 다른 정책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으로 드러난 한 병원의 전국구 환자 군을 현재처럼 방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그동안 주창한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허울뿐인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설득력을 얻은 이유이다.
의뢰 회송 시스템 수가반영과 상급종합병원 경로 차단 등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법도 수가개편에 포함해야 할 과제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표를 의식한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된 다인실 확대와 건강보험료 소폭 인상 등 근본적 문제점 역시 메르스 사태로 제고해야 할 현안이다.
수도권 종합병원 모 원장은 "메르스 사태는 의료계와 정부, 국민 모두에게 많은 물음과 교훈을 남겼다"면서 "현재와 같은 저수가 차원의 의료계 압박정책과 선심성 보험 정책만으로 제2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