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마케터들이 최근 담당 품목 급여 확대 소식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급여 확대=처방 증대'라는 높아진 회사 기대치 때문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관련 질환 시장에 경쟁자가 소수인 경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포스트 와파린으로 불리는 노악(NOAC) 3종의 급여 확대다.
'자렐토(리바록사반)', '프라닥사(다비가트란)', '엘리퀴스(아픽사반)' 등이 그것인데 7월부터 와파린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1차약으로 급여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위험 치료) 치료에 대해서다.
하지만 해당 마케터들은 기쁨도 잠시, 치열한 경쟁 돌입 예고에 부담감을 호소했다.
3사 중 한 관계자는 "NOAC 급여 확대는 오래된 숙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향후 시장 개척 부담감은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전에는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라는 방어막이 있었다면 지금은 맨몸이 됐다. 당장 시장 볼륨이 커질텐데 경쟁에서 밀리면 큰 비교를 당할 것이다. 관련 시장에 약제가 3개뿐이어서 부담감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단독 영업이 아닌 공동 판매라서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고충이 있다"고 귀띔했다.
황반병성치료제 시장도 급여 확대 시점 이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투여횟수 확대는 물론 단 2종 뿐인 '루센티스(라니비주맙)'와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의 오픈 스위치가 인정되면서 '루센티스'로 대표되던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IMS 데이터를 보면 '아일리아'의 1분기 처방액은 41억원으로 전년동기(5.3억원) 대비 677.6% 급증했다. 반면 관련 시장에서 단 하나뿐인 경쟁자 '루센티스'는 68억원에서 56억원으로 줄었다.
'루센티스'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환자가 '아일리아'로 스위치된 사례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루센티스'는 '아일리아' 출시 이전 7년 가량 시장을 독점했다.
살빠지는 당뇨병약으로 불리는 SGLT-2 억제제 시장도 마찬가지다.
단 하나 뿐이던 급여 출시 SGLT-2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조만간 경쟁자를 맞는다.
8월 급여 출시될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이 그것인데 '포시가'는 기존에 없던 비교 대상이 생긴 것이다.
DPP-4 억제제 1위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영업을 하고 있는 대웅제약이 '슈글렛'을 맡았다는 점도 '포시가'에게는 부담 요소다. '포시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CJ헬스케어가 공동 판매하고 있다.
국내사 당뇨병약 PM은 "급여 확대는 해당 의약품 마케터에게 기회이면서 위기다. 특히 경쟁품이 적으면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실패할 경우 능력없는 PM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