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은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비급여를 우선했다. 같은 검사인데도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보험청구 공부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 등에서 공부한 내용을 꾸준히 발표하다 지난해 11월 경 김 원장과 같은 지역인 성남에서 개원하고 있는 옳산부인과 김기돈 원장과 의기투합해 '산부인과 개원의 보험청구 커뮤니티'라는 홈페이지를 열었다.
산부인과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로 8개월여가 지난 현재 회원 수는 760명에 이른다.
홈페이지에는 산부인과 급여 청구와 관련된 법령, 고시 등의 자료부터 급여 청구 팁 등이 총망라돼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과 실시간으로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그룹 방도 열었다. 단체 채팅방에도 634명이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산부인과 인사 5명만 모이면 세미나를 열고 보험청구 잘하는 법을 알려준다.
비급여를 앞다퉈하는 요즘 시대에 보험청구를 잘하는 비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김 원장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데다 산부인과 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환자가 오면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느니까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검사는 급여가 된다. 물론 기준이 있다. 고시나 법령에 있는 기준들만 정리해서 급여 청구를 해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도 진료비 부담이 줄어드니 의사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서 단골 환자도 늘어난다. 이제는 환자에게 비급여를 권할 때 떳떳하게 얘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청구 잘 하는 비법이라고 해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는 편법을 알려주는 걸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 원장은 "강의를 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임의비급여, 허위청구 등 편법은 절대 안 된다. 건강보험법, 의료법 안에서 습득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부인과 의사들이 급여 청구 과정에서 놓치는 게 많다.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 내용을 추리면 기본적인 것만 해도 160개 정도를 놓치고 있더라"고 말했다.
김 원장이 들려준 일례는 자궁암 검사. 자궁암 검사도 자궁경부암 검사상 이상 소견이 있을 때, 자궁경부에 출혈이 있을 때, 자궁경부에 용종이나 폴립이 있을 때 등의 상황에서 급여가 된다.
김 원장은 최근 업데이트 된 골다공증약 급여기준 내용을 귀띔했다.
그는 "5월부터 골다공증 엑스레이로 골다공증이 확인된 환자는 골밀도 검사를 하지 않아도 골다공증약 급여가 3년 동안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보험 청구 할 수 있는 상황도 늘고 있다. 의사들은 병원 경영이라는 이유로 비급여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의료비 절감도 많이 신경 써야 한다. 보험 급여에 충실하면 진료비 자체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단골 환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6년이 넘도록 급여기준 공부를 하면서 아쉬운 점 두 가지를 꼽았다.
김 원장은 "정부가 급여 고시를 만들 때 지나치게 금액 제한을 두려고 하는 게 있다. 대표적인 게 골다공증 검사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교과서에 T-score가 2.5라고 돼 있는데 가장 처음 정부가 급여기준을 만들 때는 3.0으로 설정한 것 등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시가 생긴 후 청구액이 늘어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내부 심사 규정을 만들어 삭감하고는 그 규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의사들도 정보가 있어야 합리적으로 접근할 텐데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동료의사들을 향해 "우리나라 의료제도 자체가 아직도 많이 불안정하다. 의사들이 작은 것부터 원칙과 법리를 지키면서 큰 것을 주장하면 의료제도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