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실료 개선을 위해 다인실을 확대를 추진하던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정책을 급선회하면서 대학병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반 병상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입법예고가 진행중인 가운데 다인실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 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7일 "메르스로 인한 병원내 감염 관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인실 축소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다인실 문화가 병원 감염의 주 원인으로 지적된 만큼 효율적인 감염 관리를 위해 다인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권 반장은 "다인실 문제로 문제가 됐던 감염 관련 환자들이 제대로 격리되거나 분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종합 대책을 통해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이 전해지면서 대학병원들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강경하게 다인실 확대 정책을 밀고 가던 복지부가 정책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일반 병상, 즉 다인실을 70%까지 늘리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중 하나인 3대 비급여 개선안의 일부인 이 정책은 일반 병상 확보 의무를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법이 발효되면 전국의 병원들은 예외없이 일반 병상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대대적인 병실 증축이나 1~2인실을 6인실로 시설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결국 복지부로서는 다인실 확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 중인 상황에서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와 일부 대형병원간 상급병실료 개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이같은 얘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당시만 해도 유예를 두더라도 무조건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강경한 기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메르스라는 비상 사태가 터졌다고 해도 완전히 상반된 정책을 제시하면 어떻게 대응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우선 복지부의 후속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대학병원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다인실 확대와 축소 중 어느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는지 우선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로부터 어떠한 공지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권덕철 실장입에서 기조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미 복지부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메르스로 인해 병실 공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우선 추후 정책을 지켜봐야하지 않겠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에 맞춰 착실하게 준비한 병원들이 역차별을 받게 생겼다며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곳도 있다. 결국 버티기로 일관한 병원들만 득을 보게 됐다는 주장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결국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병실 확보를 미룬 대형병원만 득을 본 셈이 아니냐"며 "수백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제와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