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환자수가 급감하자 이 기회를 빌어 미뤘던 숙제에 나서는 병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환자 불편을 우려해 부분적으로 진행하던 공사를 속행해 마무리하거나 상반기 중에 지친 전공의들과 직원들에게 이른 휴가를 주는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A대학병원은 최근 10월로 예정했던 주차장 리모델링 공사를 속행해 공기를 두달여간 앞당긴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불편을 우려해 최소한 부분적으로 진행하던 공사를 전면 공사로 전환해 메르스 기간동안 대부분의 공사를 끝내버린 것이다.
A대병원 관계자는 8일 "주차장을 섹터별로 나눠 부분적으로 진행하던 공사를 지난 3주 동안 전면 공사로 전환했다"며 "외래 환자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가능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자수가 줄었다고 울어봐야 우리만 손해 아니냐"며 "이 기회에 한번에 공사를 진행하니 환자 불만도 없고 공기도 두달여 단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B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던 본관 1, 2층 외래 구역에 대한 리모델링을 앞당겨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하지도, 발생하지도 않았지만 외래 환자가 급감하자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B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타격이 없을 줄 알았는데 6월초부터 외래 환자가 반토막이 나버린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가 빠진 시점에 차라리 리모델링을 끝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아무래도 여파가 몇달은 더 가지 않겠느냐"며 "어짜피 병원이 텅텅 비어버린 김에 공사라도 서둘러 끝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환자수가 급감하자 이번 기회에 전공의들과 직원들에게 이른 휴가를 준 병원도 있다. 차라리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보자는 취지다.
C대병원이 대표적인 경우. 이 병원은 의국별로 일정을 세워 전공의들을 순차적으로 휴가를 보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대응팀을 제외하고 의국별로 전공의들에 휴가를 주는 중"이라며 "환자가 있어야 수련을 하던 진료를 보던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전문의 시험 준비을 준비하는 전공의들도 미리 들어가라고 전달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전공의들 휴가 못챙겨 준 것도 있는데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것 아니겠냐"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