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은 누가 구분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 개혁을 위해 마련한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 판단 기준'을 두고 의료계가 이같은 의문을 던지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결국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이 혼용되며 국민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식약처가 발표한 기준안을 보면 웰니스 제품은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의 건강관리를 사용목적으로 하는 제품으로 의료기기 허가ㆍ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식약처 기준상 웰니스 제품은 일상적 건강관리용과 만성질환자 자가 관리용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일상적 건강관리 제품에는 체지방 자가 측정 제품, 스트레스 정도 알기 위한 심박수 변화 측정, 청력 및 시력 자가 테스트 앱 등이 있다.
만성질환자 자가 관리용 제품은 혈압 및 고지혈증 환자가 개인용 의료기기에서 측정된 혈압 및 콜레스테롤 값을 스마트폰으로 전송 받아 저장하는 앱 등이 있다.
의료계는 현재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대한의사협회는 공익 감사를 청구한데다 일부 시도의사회는 식약처에 기준 철회 요청 공문까지 보냈다.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식약처는 지난달 입안 예고했던 기준안에서 웰니스 제품을 대폭 줄이고 웰니스 제품에는 '본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주의 문구를 넣어서 새 기준을 발표한 상황이다.
곱지 않은 의료계 시선 "공산품 판단할 별도 위원회 필요"
그럼에도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협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의협 박종률 의무이사는 "식약처 기준대로 웰니스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게 공산품인지 의료기기인지 누가 구분하나"라고 반문하며 "공산품의 품질관리를 누가 검증할 것인지 절차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웰니스 제품에서 나온 데이터를 들고 환자들이 찾아와도 의사들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측정 결과의 오류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또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비만에도 내장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 있는데 단순히 체지방 지수 측정 웰니스 제품만으로는 이를 밝혀낼 수 없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
그는 "웰니스 제품 결과만 믿고 정상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병원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라며 "해당 제품이 믿을만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에서 웰니스 제품을 따로 떼내 공산품으로 인정하려면 웰니스 구분을 위한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라북도의사회 관계자는 "식약처가 만든 기준이 처음보다는 제품이 많이 축소됐지만 웰니스 제품 구분을 위한 의료기기위원회를 별도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Y의원 원장도 "공산품인지 의료기기인지 누군가는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자체가 없다. 절차가 무시된 기준이다. 공산품을 만들었을 때 의료기기 성능을 갖고 있는지 공산품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의 위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