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정이진병원은 천안지역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진료예약권이 오갈 정도다.
예약 대기가 길다보니 간혹 예약 취소하게 됐을 때 커뮤니티를 통해 진료예약권을 주고 받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무엇이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그 이유는 병원을 둘러보면 금새 알 수 있다.
병원 구석구석 놀이공간 마련…재밌는 병원
"우와 공룡이다."
두정이진병원은 입구에서부터 대형 공룡 모형으로 소아환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밖에도 3개층 규모인 병원 곳곳에 소아환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숨겨놨다.
1층 외래진료 대기실에는 어린이 도서관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내원한 소아환자들은 엄마와 도서관에 온 것처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2층 입원실 구석구석에도 소홀한 곳 없이 신경을 썼다.
일단 복도에는 소아환자가 좋아할 만한 80년대식 게임기를 마련했다. 소아환자는 물론 자녀의 병간호로 지쳐있는 아빠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병원 측은 실제로 "보호자 즉 아빠들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복도 한켠에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주방놀이 장남감을 가져다 놓고 자연를 접할 수 있는 미니정원도 꾸몄다.
입원한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종이접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교육비는 물론 재료비까지 무료. 소아환자들에게 병원이 고통스러운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5층 옥상정원에는 환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동남아 한적한 섬 리조트에 온 듯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구조물을 태국에서 공수해오며 공을 들였단다.
주방에서 조미료 없애기 프로젝트
두정이진병원의 진짜 디테일은 이제부터다. 아동병원 환자식은 엄마들이 특히 예민한 부분.
음식 간이 과한 것은 아닌지,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영양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등 꼼꼼하게 따진다.
두정이진병원은 환자식를 만드는 주방에 조미료를 아예 없앴다. 엄마들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환자식을 제공하겠다는 이혜경 병원장의 의지 때문이다.
주방에서 조미료를 없애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주방에선 음식 맛을 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병원장의 요구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이후 잠시 지켜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미료를 사용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자 이혜경 병원장은 마음을 다잡고 주방에서 조미료를 모두 버렸다. 맛이 없어도 좋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
대신 조미료, 소금 등을 별도로 준비해두고 개인적 식성에 따라 조미료, 소금 등을 조미해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두정이진병원 식당에선 조미료가 사라졌다.
소아환자 보호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였다. 디테일에서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이 병원장은 "요즘 환자들은 의사를 앞질러 간다. 그들을 만족시키려면 디테일부터 챙겨야한다"며 "감염은 물론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해 1년에 2번씩 벽지를 교체하고 병원 곳곳에 수시로 새로운 장난감을 마련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