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회복까지 1달 이상이 걸리는 수술을 1주일만에 완치시켜 주목된다.
국내 최초로 환자 맞춤형 골반뼈를 제작해 교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골육종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팀은 최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 골반뼈(천추)를 제작해 교체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술 대상자인 강 모양(16)은 작년 7월 체육활동을 하다가 심한 허리의 통증을 느꼈다.
강 양은 패치형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진통제 등으로 버티며 학교 수업을 이어왔지만 작년 11월 중순부터 학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매우 심해졌다.
결국 작년 11월 25일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강 양은 첫 진료 후 조직검사를 통해 골반뼈에 골육종이 생긴 것으로 진단됐다.
신동아 교수팀은 수술 전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정형외과 골종양 전문의들과 함께 강양의 수술에 대해 논의했다.
골반뼈에 있는 신경을 다 자를 경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반신 마비와 대소변 가리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의료진들은 수술 후 강양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 골반뼈의 왼쪽 절반만 제거하고 최대한 신경을 살리기 위해 왼쪽 골반뼈의 1,2,3번 신경만 자르기로 결정했다.
신 교수팀은 강양에게 이식되는 맞춤형 골반뼈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3D 프린팅 제작업체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앉았을 때 척추가 상체의 무게(성인기준 약 30~40kg)를 충분히 지탱해 주며 수술하지 않는 오른쪽 골반뼈와 무게가 거의 비슷해 좌우의 균형이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술 전 의료진은 플라스틱 모형을 먼저 제작해 모의 수술 과정을 거쳤다. 이후 세 번이나 다시 모형을 뽑아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었다.
신동아 교수는 "3D 프린팅은 기존의 모형 또는 제품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수정이 가능해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탁월했다. 수술시간과 수술 후 환자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빨랐던 것이다.
기존의 골반뼈 절제술이 8~9시간 걸린 것에 비해 3D 프린팅을 활용한 수술은 6시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기존 수술법은 환자의 골반뼈 대체물이 정확하게 맞지 않을 경우 수술 중간에 다시 재단해서 맞춰야 해 수술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회복 속도 또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강 양이 수술 후 1주일 후부터 걷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수술법으로는 최소 한 달은 지나야 보행이 가능했다.
특히 스스로 대소변 가리고 통증이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삶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발목 재활치료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신동아 교수는 "3D 프린팅이란 환자의 척추모양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맞춤정장과 같은 개념"이라며 "환자에 맞는 다양한 요구가 모두 반영돼 원하는 정확한 모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디자인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니 수술 후부터 골반뼈가 안정화돼 환자의 회복도 빨랐다"며 "종양이 있었던 골반뼈를 제거하고 3D 구조물이 완벽하게 채워짐으로서 기존에 척추가 가지고 있었던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