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정의화)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 지원 2500억원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안 1000억원의 2.5배,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안 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의료계는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메르스 확산 방지와 감염자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 폐쇄 등 의료진들이 희생을 감수한 결과가 고작 2500억원에 불과하냐는 반응이다.
국회를 통과한 2500억원은 메르스 치료 및 진료병원, 집중관리병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등에 사용된다.
보건복지부 메르스 포털에 따르면, 확진자 발생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 365서울열린의원 등 16곳이며, 확진자 경유 의료기관은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과 강남 코코이비인후과의원 등 83곳이다.
또한 확진자가 경유했으나 적절한 조치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킨 의료기관도 이대목동병원과 김제 한솔정형외과의원 등 8곳에 달한다.
결국, 메르스 환자 치료와 경유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이 100여곳에 달하는 셈이다.
국회를 통과한 2500억원 보상액을 이들 의료기관으로 나눠보면 한 곳당 평균 2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실제 손실액은 25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어 보상액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병원협회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병원 85곳, 60일 손실기준)에 따르면, 보라매병원 125억원을 비롯해 동아대병원 92억원, 분당서울대병원 91억원, 전남대병원 91억원, 경북대병원 63억원, 충남대병원 66억원 등이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413억원, 건국대병원 319억원, 강동성심병원 209억원, 건양대병원 199억원, 강동경희대병원 194억원, 동탄성심병원 145억원, 아주대병원 109억원, 성빈센트병원 105억원 등에 달한다.
중소병원인 좋은강안병원 74억원, 예수병원 56억원, 뉴고려병원 33억원과 다보스병원 40억원, 아산충무병원 33억원, 박애병원 38억원 등 손실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곳도 적지 않다.
김용익 의원은 본회의 추경안 의결에 앞서 발언을 통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생명을 내놓고 밤낮없이 고군분투했던 의료인들을 무슨 낯으로 보려는 것인가"라며 "메르스 병원 현장을 돌아다니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병원들도 메르스 추경안 삭감 분위기를 인지하고 마지막까지 호소했다.
메르스 피해병원들은 "85개 메르스 피해병원들에게 남은 것은 잊혀지지 않은 정신적 상처와 병원 폐쇄, 병원 명단 공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라며 "메르스 병원 지원금 추경안(5천억원)이 통과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란다"며 국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의료기관 관계자는 "앞으로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 질환이 재발한다면 의료기관의 도움이나 의사들의 희생을 기대한다면 오판"이라면서 "급할 때는 의료진을 치켜세우면서 사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꾸는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의료기관 관계자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외면당하는 아픔을 참아내며 환자 치료에 혼신을 다한 의료진을 위한 보상액이 이것밖에 안되느냐"며 "병원 손실액에 턱없이 부족한 추경안 통과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감염병 관련 개정안에 입각해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기관별 세부 보상액을 심의, 결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