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정이진병원은 개원 5년만에 천안지역 소아아동병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5층 규모 건물 중 3개층만 쓰고 2개층은 다른 병원에 임대를 줬다. 무리하게 규모만 늘리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개원 5년이 지난 지금, 현재 건물에 공간이 부족해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른 곳을 물색해야할 지경이다.
의료진도 이혜경 대표원장과 소아 신경발달 분야에 정통한 의료진 등 2명이 시작했지만 어느새 8명까지 늘었다. 현재 봉직의로 근무 중인 의료진까지 지분을 받게 되면 9명으로 늘어난다.
의원을 기반으로 병원으로 확장한 것을 감안하고도 짧은 시간내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
"대표원장 지분 아낌없이 퍼줘라"
그렇다면 두정이진병원이 이처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대표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분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개원을 유지하는 데 있어 대표원장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나눠주려고 하면 공동개원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원장의 철학.
그는 50% 보유했던 지분을 계속해서 떼어주면서 자신의 지분은 줄이는 대신 함께 일할 동료 원장을 늘려갔다.
다만, 지분을 공유하기 전까지는 봉직의 생활을 하며 서로 병원을 운영하는데 있어 방향성이 맞는지의 여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신중을 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혜경 대표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면서 소아 간질 및 수면장애 등 소아신경과 분야 전문의를 삼고초려를 했다. 단순히 감기 환자만 진료하는 병원이 되지 않으려면 특화된 분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특정분야 세부전문의만 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철저한 검증 기간을 거쳐 지분을 공유했다.
이처럼 의료진 채용에서 객관성을 꾀하다 보니 현재 8명 공동개원 의료진 중 단 한명도 동일 의대 졸업하거나 동일 수련병원을 거친 경우가 없다.
선후배가 따로 없다보니 오히려 자율적이고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관계가 형성됐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인센티브 구조 도입"
또 다른 비결은 인센티브 시스템. 진료 및 검사 실적부터 다양한 항목을 평가해 일한 만큼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공동개원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냐 하는 점. 여기서 불만이 커져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두정이진병원은 수입에 대한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원장단이 합의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월 수입을 정했다.
이 때문일까. 의료진들은 명절 및 휴일에도 당직을 서더라도 불평, 불만이 없다. 환자를 진료할 때에도 자연스레 한명 한명 정성을 쏟는다.
그래도 쉴때는 확실하게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년에 2번, 각각 9일씩 총 18일간 연차를 뒀다.
이혜경 대표원장은 "공동개원은 대표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 많이 일하고 (지분을)더 많이 양보하면 공동개원이 깨질 일이 없다"며 "더 가져가고 덜 일하려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 경영 시스템 도입"
공동개원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구조적으로 분리가 쉬어야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갈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정이진병원은 그런 점에서 모든 경영구조를 투명화 했다.
규모는 작지만 병원 전담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을 두고 모든 계약 및 경영에 있어 체계를 갖추고 투명하게 진행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일을 처리하다보니 공동개원한 의료진간에 신뢰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와 함께 토지 및 건물은 모두 이혜경 대표원장이 투자, 개인 명의로 하다보니 공동개원이 깨지더라도 지분만 포기하면 되는 구조다.
토지 및 건물 등 공동 투자한 경우, 공동개원을 깨려면 경영적 손실이 크더라도 병원을 폐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소유했던 지분만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분리가 간단하다.
이혜경 대표원장은 "개원 5년째이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 둔 의료진 1명을 제외하고 공동개원을 깬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늘 헤어질 것을 감안해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지분만 공유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영 투명화와 관련해 "계약서 하나를 작성할 때에도 변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사전 합의를 거쳐 진행한다"며 "진료는 병원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경영은 대기업 경영시스템화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