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개선을 강행하면서 대학병원들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메르스라는 강펀치를 맞고 쓰러져 있는데 일어날 시간도 주지 않고 또 다시 펀치를 퍼부어 대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부터 선택진료비 축소와 상급병실료 개선 방안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선택진료의사는 병원별 80%에서 67%로 축소되며 일반 병상 확보 의무 또한 현행 50&에서 70%로 상향 조정된다.
제도 개선에 따른 병원의 손해는 선택진료비만 2212억원에 달하며 상급병실료 또한 상급종합병원만 570억원에 이른다.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당초 논의된 대로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환자안전수가, 특수병상 수가 등이 신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학병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비급여 개선책을 유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9일 "메르스 사태로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그로기에 몰렸다는 점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며 "상처에 소금을 뿌려도 유분수지 다 죽으라는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메르스 손실 보상금도 반토막을 내놓고선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또 다시 적자를 강요할 수 있는거냐"며 "결국 또 토사구팽 당한 꼴"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선택진료비보다는 상급병실료 개선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병실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이 부실하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병실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별도 수가를 만들었다.
1, 2인실을 4인실로 변경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이를 격리 병실로 전환하고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1~3인실은 4인실 수가의 30%~100%를 더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수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실제로 4인실 수가는 간호등급제 1등급을 기준으로 8만 6240원이다.
1인실에 100% 가산을 적용한다 해도 17만원선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현재 받고 있는 40만원 선에 절반에 불과하다.
이를 격리병상으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도 불안해 하고 있다. 병원의 상당한 수입원이었던 1인실을 적자가 불가피한 격리병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반문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40만원을 받던 1인실을 격리병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병상 전환을 유도한다는 전제 자체가 결국 정부의 압박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그는 "주 수입원을 잘라 놓고 적자를 보는 격리병상을 만들라니 두번도 모자라 세번을 죽이는 꼴"이라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