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수장시대를 맞아 의료계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의료 단체 내부에선 "기분만 좋을 뿐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전성시대가 아니라 빙하시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18일 정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복지부, 공단, 심평원 모두 의사출신 수장 시대가 열린다.
각 기관장에 의사출신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보건의료와 관련한 가장 핵심인 3개 정부기관 수장 자리에 동시에 의사가 오른 것은 유례없는 일.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건의료정책이 의료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호시절을 맞이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의료계 내부에선 쓴웃음만 짓고 있는 실정.
일단 수장 한명이 바뀐다고 수만여명의 직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외부 눈을 의식해 의료계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의사협회 한 임원은 "심평원장에 이어 건보공단 이사장까지 의사 출신 수장이 임명됐을 때 의료계로서는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정책 방향을 보면 수장 한 명이 바뀌었다고 조직 전체가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보다 정부와 의료계 간 의사소통은 수월할 수 있지만 그 뿐"이라며 "정책 방향이 의료계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 결과를 볼 때 의사출신 수장으로 득보다는 역차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높다.
병원협회 한 임원은 "이번 수가협상 결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당초 성상철 이사장이 전 병협 회장으로 병원계를 챙겨줄 것이라는 설이 돌았지만 결과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가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협 임원은 "오히려 선후배로 얽혀있어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반발할 때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다"며 "협회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고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공단, 심평원에 이어 의사출신 장관 소식에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급선회한다거나 친의료계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수가협상에서도 그랬지만 의료계가 역차별 받는 일이나 없었으면 한다"며 "오히려 조심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