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인한 타격을 서서히 복구해가고 있는 대학병원들이 미리 받은 급여비를 두고 한숨을 짓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상 가불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상환일이 다가오자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20일 "당장 현금이 없으니 급여비를 받았지만 결국 단기 대출 개념 아니냐"며 "8월은 버텼지만 이제 9월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메르스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대한 유동성 해소를 위해 다음달 청구 비용을 추산해 미리 급여비를 지급했었다.
올해 상반기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의 평균값을 계산해 미리 급여비를 지급하고 9월부터 지급된 비용을 상계처리한 뒤 남은 금액만 병원에 주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이에 따라 각 병원들은 미리 받은 8월치 급여비를 이달에 벌어들인 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8월에도 진료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 실적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상화 되기 까지 몇 달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8월에 벌어들인 돈으로 미리 받은 급여비를 다 갚을 수도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8월 급여비를 모두 토해내고 나면 9월에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깜깜하다"며 "문제는 8월 진료비를 다 반납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국 9월 진료비도 일부는 공단에 반납해야 하는데 그때는 또 어떻게 버텨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하루 빨리 메르스 피해 보상금이 나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조속히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 병원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대병원 보직자는 "예산이 잡혔으면 우선 1차적으로라도 지급을 해야할 것 아니냐"며 "지금으로 봐서는 올해 안에 나올지도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아직도 보상 기간과 대상에 대해 설전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서류건 현장조사건 요구하는 것은 다 줄테니 제발 예산 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