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가결하면서 사실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세 곳 모두 의사가 수장으로 앉게 됐다.
보건의약단체는 의사들이 보건 관련 정부기관에 수장으로 등극한 것과 관련해 한 편으로 기대를, 다른 한 편으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에 전향적이었던 정 내정자의 이력을 우려하면서도 의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규제기요틴 등에 대해 합리적 해법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역시 정 내정자의 출신이 '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른 보건의료 직역에 대한 형평성과 공정성을 당부했다.
25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가결하면서 국무위원 임명을 사실상 수용했다.
의사 출신인 정진엽 장관의 임명이 공식 확정되면 보건의료와 관련된 복지부, 건강보험공단(성상철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손명세 원장) 모두 의사가 수장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의사협회를 포함한 5개 보건의약단체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명했다.
먼저 의협은 원격의료에 전향적이었던 정 내정자의 이력을 우려하는 한편, 의사 출신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신현영 의협 대변인은 "의사 출신의 장관이 복지부 장관이 된 점을 협회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행정가이기에 앞서 의사라는 점에서 미묘한 정책 현안에 대해 협회와 의견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원격의료와 관련한 부분은 향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의사 출신으로서의 철학과 비전을 통해 원격의료, 규제 기요틴 등의 문제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의사협회와 간호협회, 약사회는 장관의 '출신'에 초점을 맞췄다.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정진엽 내정자가 의료의 세계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의사의 세계 진출에 있어 양방한방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복지부, 공단, 심평원 세 곳의 보건의료 단체장이 의사가 됐다는 점에서는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생각은 있다"며 "친 의사 중심의 정책이 나오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순히 장관이 의사 출신이라고 해서 한의협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 출신이라는 게 의료계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는 병원장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제도들을 바로잡아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간협 김옥수 회장은 "오랜기간 병원장으로서 실제 의료 현장의 불합리한 제도들과 이로 인한 부작용들을 지켜본 만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의료인으로서 장점을 살려 간호계 발전에 기여한 장관으로 이름을 남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사회 역시 장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주문하기는 마찬가지.
약사회 이영민 부회장은 "약사회뿐 아니라 제3자에 해당하는 곳에서도 세 곳의 보건의료 기관장이 모두 의사가 되는 것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누가 장관이 되든 의사라는 시야 외에 다른 시야가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혹시라도 의사 편향적인 정책이 나온다면 정책 수행에 저항요소가 될 것이 분명함으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며 "직역 쏠림 없이 장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