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미만은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안전성 서한에, 그동안 잘 쓰던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시럽도 12세 이상 최근 급여제한에 걸렸다. 갈수록 진해거담제 처방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세 미만 소아에 대해 '코데인'과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 처방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 안전성 서한과 관련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28개 품목이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식약처가 밝힌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28개 품목은 다빈도 처방 품목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안전서 서한 배포 이후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품목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심지어 일부 소아청소년과의원엔 소아환자 보호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서울의 A 소청과의원 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에서 "방송과 일간지 등 언론에서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을 접한 엄마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다"며 "일부 엄마들은 따지듯 항의를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청과의원 원장은 "코데인이 체내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되고 12세 미만은 전환양상이 가변적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이유지만 우려할 만큼의 고용량 처방이 이뤄지고 있진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처방해 온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어쩌겠나. 엄마들이 먼저 알고 물어보는 상황에서 처방 패턴 변화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안전성 서한 이후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매출 반토막
이같은 고민은 실제 처방 패턴 변화로 이어졌다. 안전성 서한 배포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유비스트 자료를 기준으로, 유한양행 '코푸시럽'의 경우 지난 4월 매출액은 14억 5000만원이었으나 안전성 서한이 발표된 5월 매출액은 10억 1800만원으로 4월 대비 42.5%가 감소했다. 6월 매출액은 7억 5700만원으로, 5월 대비 34.4%가 줄었다.
지난 4월 10억 8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는 5월에는 7억 8600만원으로 37.8% 줄었으며 6월에는 6억 2300만원에 그쳤다.
삼아제약의 코데날은 4월 5억 4100만원에서 5월에는 3억 5200만원으로 무려 53.7%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으며, 6월에는 2억 5700만원으로 줄었다.
유한양행 코푸정도 4월 2억 2900만원, 5월 1억 6500만원, 6월 1억 2300만원으로 매달 매출이 감소했다.
코오롱제약의 코푸진은 4월 2억 1200만원에서 5월 1억 4300만원으로 줄은 데 이어 6월 매출은 9000만원을 기록해 1억원에 못 미치는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종근당 코데닝과 보령의 네오메디코푸도 4월 1억 6800만원, 1억 4600만원에서 5월 1억 2300만원, 1억 200만원으로 감소했으며 6월에는 각각 9700만원, 7700만원에 그쳐 월 매출이 1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디히드로코데인 계열의 진해거담제 시장의 축소가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B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전체적인 의약품 처방량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식약처 안전성 서한 발표 이후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성 서한 배포 이전과 비교할 때 상당수 제품들의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12세 미만은 안전성 서한, 12세 이상은 움카민 시럽 급여제한, 골치 아프네"
12세 미만에 대해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 이슈가 있었다면 12세 이상에 대해선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시럽제의 급여연령 제한이 걸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6월말 홈페이지를 통해 '움카민시럽 등 관련 내용액제 급여기준 행정소송 판결에 따른 적용안내'를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동일성분의 정제 또는 캡슐제가 있는 내용액제(시럽 및 현탁액 등)는 ▲만 12세 미만 소아 ▲고령, 치매 및 연하곤란 등으로 정제 또는 캡슐제를 삼킬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급여가 인정된다. 인정기준 이외에는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 6월 18일, 9개 제약사가 서울행정법원에 움카민 시럽제제 급여제한과 관련해 제기한 보건복지부 고시취소 소송이 각하 판결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7월 3일부터 움카민시럽 등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시럽제는 만 12세 이상 성인에게 급여가 제한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품목이 있는 상황에서 급여제한을 받게 되면 시장 퇴출의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며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정제를 비롯해 아이비엽 제제 등 경쟁 품목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거듭 제기되는 진해거담제 이슈에 의료진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C 내과의원 원장은 "안전성서한부터 급여 연령제한까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진해거담제들은 그동안 다빈도로 처방하던 품목"이라며 "해당 제품들이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지만 처방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네츄라를 비롯한 아이비엽 복합제 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효과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각종 이슈와 거리가 먼 제품을 처방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인천의 모 소청과의원에서 봉직의로 있는 의사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안전성 서한 배포 이후부터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쓰지 않고 있다. 반드시 그 약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도 아니다"며 "아이비엽 복합제 등 대체 약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처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D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안전성 서한에 걸렸고,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시럽제는 12세 이상 성인에게 급여제한이 걸렸지만 기침약 처방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와 성인에게 처방할 수 있는 기침약이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나 펠라고니움시도이데스 시럽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충분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로부터, 심사나 급여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시네츄라 등 아이비엽 복합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