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름 뿐인 어린이병원 운영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석화 병원장(소아성형외과)은 개원 30주년에 앞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병원 운영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이 같은 문제점을 꼬집었다.
어린이병원 시설 및 인력, 기준 유지 현실적으로 한계"
현행 제도에서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다 보니 다수의 의료기관이 이름뿐인 어린이병원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김석화 병원장의 지적이다.
김 병원장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 5곳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7곳.
하지만 소아환자를 위한 별도 수술장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병원 한 곳이 유일하다.
서울아산병원도 소아 중환자실은 운영하고 있지만 소아 전용 수술장은 없으며 세브란스병원은 소아 중환자실 마저도 없다.
이어 소아환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소아 전용 신장투석실을 갖춘 곳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시설 및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어린이병원의 고질적인 적자운영이 깔려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병원장은 "이는 제도적인 문제로 바라봐야한다"며 "해결점 또한 해당 병원에서 나오기 보다는 정부의 지원에서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 의료진 수요공급 악순환 끊을 수 있을까"
또한 어린이병원의 만성적인 적자운영은 소아 분야 의료진 양성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병원이 적자로 운영되다보니 의료진 채용에 한계가 있고, 소아 분야 전문의 취득을 해도 갈 곳이 없다보니 해당 분야를 기피하게 되면서 결국 각 분야 전문의 부족한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배은정 기조실장(소아심장)은 "소아외과를 전공했어도 어린이병원에 자리가 없어 일반외과 진료를 맡거나 성인과 소아를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아 분야 전문가를 길러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병원장은 "어린이병원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소아청소년기를 벗어나 안정화 돼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정부는 한 생명에 대해 국가에서 책임을 지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수가 인상으로 적자 폭 일부 감소"
다만, 얼마 전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수가를 대폭 인상한 것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했다.
수가 인상으로 어린이병원 적자 폭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열악한 어린이병원 운영의 첫발이라는 게 병원 측의 분석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총 40병상. 어린이병원 적자의 상당부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가를 100%인상하면서 눈에 띄게 적자 폭이 감소한 것.
실제로 2013년 서울대 어린이병원 적자는 200억원 규모였지만 2014년도에는 152억원으로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린이병원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배은정 기조실장(소아심장)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 인상으로 분명 병원 적자폭이 감소했지만 흑자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소아 중환자실(PICU)에 대한 수가 인상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개원 30주년을 맞아 오는 16일과 17일 개원 기념 의료정책 및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보건의료 정책 현안을 점검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