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꿈 세종대왕이 두 번이나 나타났다. 학자들과 둘러앉아 있는 자리에 함께 와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꿈을 '현몽'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7월, 10여년간 머물렀던 서울을 뒤로하고 세종특별시에 이비인후과 의원을 개원했다. 의원 이름도 '킹세종이비인후과'라고 지은 데다 인테리어에도 훈민정음의 기본인 천(·), 지(ㅡ), 인(ㅣ)을 담았다.
2012년 10월 9일 한글날,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한국어정보학회 학술대회에서 그는 뇌에서 한글이 어떻게 인지되는지 연구 분석하는 모형 '단영얼모형'을 처음 발표했다.
훈민정음과 사랑에 빠진지 17년째. 킹세종이비인후과 장선호 원장(47)의 이야기다.
장 원장은 이비인후과 전공의 시절이었던 1996년, 미국이비인후과학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미국인에게 한글을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처음 느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 미국인은 군인이었는데, 한국을 아는지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역사와 한글에 대해 아는 범위 안에서 설명했는데 그는 오랜 역사와 독창적 언어를 가진 한국을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특히 한글의 구조적인 특징과 원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죠."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다, 자부심이라는 걸 느꼈고 그렇게 장선호 원장은 한글 공부에 매진하며 '훈민정음해례본'을 꺼내들었다.
그는 의사, 특히 이비인후과 의사이기 때문에 한글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한글은 사람의 발성기관의 모양을 토대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의학적 지식이 있으면 풀이하기가 좀 더 쉽습니다. 인체구조 중 듣고 말하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학 지식이 있어야 한글의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가 가능합니다."
그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훈민정음 천(·), 지(ㅡ), 인(ㅣ)의 인체공학적 특징을 연구했다. 천(·)은 발음이 시작되는 성대의 모양이고, 지(ㅡ)는 입술이 옆으로 열리는 모습이며, 인(ㅣ)은 발성 시 보이는 후두개의 모습을 보고 서있는 모양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훈민정음이 발성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했던 연구가 당시 없었습니다. 천지인을 해석한 후 발표를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학적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그는 한글의 소리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소리학과 뇌과학을 연결 지은 것. 장 원장은 이것을 '얼소리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소리는 혀와 입술 근육의 움직임으로 소리가 이뤄집니다. 근육이 움직이는 것은 뇌가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소리를 뇌와 연결하는 학문이 바로 얼소리학이죠. 인체구조를 통한 소리연구는 반드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더 많은 의사가 관심을 갖는다면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바람은 한글이 세계 공용어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써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세계 공용어가 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기기)가 필요합니다. 아라비아 숫자가 세계에서 통용되는 데 크게 기여한 전자계산기처럼 말이죠. 한글 입력을 위한 자판을 개발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장선호 원장은 훈민정음해례본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했다.
正音之字只卄八(정음지자지입팔)
探賾錯綜窮深幾(탐색착종궁심기)
정음의 글자는 오직 28자밖에 없는데
탐색과 착종으로 극심과 연기를 다하였네.
"정성을 다해 도리를 찾고 세심한 변화를 연구하고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물을 깨우치고 모든 일을 이룸의 큰 지혜를 얻기 위한 연구자의 기본자세를 언급한 내용이죠. 후학으로서 초심을 잊지 않고 나라에 필요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