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동시에 하는 것이 접종 편의성을 높이고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방접종 시즌이 한창인 지금 각 의료기관에는 독감 및 폐렴구균 등 예방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메르스 확산을 경험한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호흡기 질환에 대한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예방접종 중 최근 들어 가장 관심이 높아진 것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이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주요 감염증은 폐렴, 패혈증, 수막염이며, 폐렴구균 폐렴 환자의 약 25~30%에서 패혈증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정상 면역인이라 하더라도 만성 심혈관 질환(고혈압 제외), 만성 폐 질환(천식 포함), 만성 간 질환, 당뇨병, 뇌척수액 누출, 인공 와우 이식 상태, 알코올 중독 및 흡연은 폐렴구균 감염과 또는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폐렴 진료인원과 진료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사망요인 중 폐렴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폐렴 진료인원은 2009년 약 135만 3000명에서 2013년 약 147만 5000명으로 5년간 약 12만 2천명(9.0%)이 증가했으며, 총 진료비 역시 2009년 약 4493억원에서 2013년 약 6231억원으로 5년간 약 1738억원(38.7%)이 증가했다.
여기에다 지난 2002년까지 사망원인 12위에 머물렀던 폐렴은 2004년 10위에 이어 2011년에는 6위로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5위를 차지할 만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독감 시즌에 접어들면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위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만 65세 노인에 대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후 접종 의료기관에는 백신 물량이 소진될 정도로 접종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독감'이라고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Influenza)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는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키며,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 및 50세 이상 혹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합병증 위험이 높아 질환이 길어질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은 전파경로가 유사하고 비슷한 시기에 호발한다는 점뿐 아니라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며 같은 부위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접종 시기로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접종률이 낮았다는 점도 두 예방접종이 비슷한 점이다.
올해부터 만 65세 이상에 대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돼 인플루엔자 접종률은 예년에 비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통계청이 정리한 지난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을 살펴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표준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광역시로 38.8%였으며 충청남도가 38.2%로 뒤를 이었다.
서울특별시는 35.1%에 불과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27.7%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을 기록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과거 낮은 접종률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국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5월 이전 국내 65세 이상 연령(약 650만명)의 폐렴구균 접종률은 15.4% 수준에 머물렀다.
보건소 무료접종 시행 이후 2014년 11월 기준으로 전체 65세 이상 연령의 약 66.4%가 접종을 완료했으나 지난해 만 65세 연령의 폐렴구균 접종률은 25.7%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두 예방백신의 접종률이 낮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변민광 교수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훨등히 떨어진다"며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작은 노력에 비해 얻는 게 크다. 널리 홍보해서 관심을 높여 PCV13 백신을 많이 접종하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이 상당히 낮다"며 "특히 당뇨, 만성콩팥질환, 류마티스 질환, 암환자, 만성호흡기 질환, 면역억제제 장기 복용자 등 고위험군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접종해야 하는데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교수는 낮은 예방접종률의 원인을 국민의 인식 부족과 홍보부족 등을 꼽았다.
이진석 교수는 "건강한데 꼭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며 "폐렴의 경우 위험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보니 감기와 비슷한 질환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폐렴은 노인 사망의 주요원인이고 만성질환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폐렴으로 사망할 정도다"며 "그러나 많이 이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특히 PPV23의 경우 효과가 떨어지고 면역력이 오래 가지 않아 PCV13으로 맞아야 한다. 일단 홍보를 통해 사람들이 폐렴구균 및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동시에 하는 더블샷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낮은 예방접종률을 올리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같이 하는 더블샷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한번에 두 예방접종을 동시에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예방접종은 우선 접종 대상자인 고위험군이 동일하기 때문에 하나를 맞으면 나머지도 맞아야 한다"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같이 맞으면 예방접종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감염내과 류성열 교수도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폐렴은 호흡기 감염증을 유발하며 같은 부위에서 유사 증상을 보인다"며 "전파경로도 비슷하고 비슷한 시기에 호발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고령에서 문제가 된다는 점과 고위험군에서의 치명률이 높다는 점도 공통점"이라며 "그러나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과 고연령 및 만성질환자 등 백신의 우선 접종대상자가 유사하다는 공통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의 동시 접종은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1898명의 만성폐질환 동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Nichol KL의 연구에 따르면 두 백신을 접종했을 때 폐렴입원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줄었다"며 "요양원 노인을 대상으로 20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사망률이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