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전문의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화상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생명인 화상 환자의 처치가 늦어져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대한화상학회 전욱 이사장(한림의대)은 30일 "한강성심병원 등 극히 일부분의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대학병원에 화상 유닛이 구성된 곳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라며 "화상 전문의조차 이미 명맥이 끊긴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가 되도 이를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보니 이제는 아예 화상을 배우려는 의사조차 없다"며 "이대로라면 근시일내에 화상 전문의가 멸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병원을 제외하고는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조차 자취를 감추면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 이사장의 지적이다.
화상 환자가 발생해도 근거리에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수십 킬로를 이동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최근 지방의 한 환자는 권역에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없어 한강성심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됐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화상 치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정부의 정책과 제도도 화상 진료를 붕괴로 몰고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상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악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욱 이사장은 "최근 중증 화상이 전문진료 항목에서 빠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며 "어떻게 중증 화상이 일반 진료 항목이 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에서 화상 분야를 버리고 나니까 중증 화상이 마치 쉬운 처치인 것으로 인식돼 버린 것"이라며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그는 우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응급 처치로 진료지침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소한 지역응급센터, 권역응급센터라면 화상 전문의나 유닛이 없다고 해도 응급처치는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전 이사장은 "우선 응급환자에 대한 대처와 처치법을 기초로 하는 진료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전국 응급실에 지침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후에는 권역외상센터 등 전문가를 위한 진료지침을 재차 발간할 예정"이라며 "완전히 붕괴된 화상진료체계를 보존하기 위해 최후의 마지노선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붕괴된 화상진료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학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최소한 전문병원만이라도 화상 분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