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졌다'는 표현이 이보다 어울릴 수 없다. 잇단 기술 수출로 제약업계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한미약품 얘기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5일 사노피와 5조원 가량의 역대급 계약을 따내더니 9일에는 얀센과 약 1조원 제휴를 맺었다. 사노피에 비하면 얀센 계약이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지만 1조원은 작년 제약업계 1위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 수치다.
한미약품 돌풍의 중심에는 '퀀텀프로젝트'가 있다. 이 기술은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를 적용한 지속형 신약 파이프라인이다.
글로벌 거대 제약사는 왜 한미약품 '퀀텀프로젝트'에 열광하는 걸까.
갈수록 편의성이 가치로 인정받는 제약업계 의약품 개발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지속형=편의성=퀀텀프로젝트'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너도나도 '퀀텀프로젝트'에 눈독 들이고 있다.
생각해보자. 향후 나올 신약이 기존 표준치료제보다 효능과 안전성이 압도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기존 약제보다 획기적(superiority)으로 뛰어난 약 만들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만큼 나올 약은 다 나왔다는 얘기다.
여기서 글로벌 제약사는 틈새를 보게 된다. 바로 편의성이다.
퀀텀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포인트다. 주 1회, 월 1회라는 편의성 개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노피와 얀센이 덥썩 문 4종의 신약 후보 물질(사노피 3종)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사노피는 기존 당뇨병치료제 파이프라인과 동일 계열의 신약 후보 물질을 얻기 위해 무려 5조원을 쏟아부었는데 이 역시 '지속형=편의성'이라는 가치를 염두한 투자였다.
GLP-1 유사체, 인슐린 등 찌르는 주사제를 주업으로 하는 사노피는 맞는 횟수를 조금이라도 줄여 환자 순응도를 높이는게 숙제이며 난제이기도 했다.
참고로 사노피는 GLP-1 유사체 '릭수미아(릭시세나티드)', 기저인슐린 '란투스·투제오(인슐린글라진)', 그리고 두 약을 합친 콤보 제형 '릭실란'을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 기술은 이를 주 1회 등으로 늘려줄 수 있다.
얀센이 선택한 한미약품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 'HM12525A'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됐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임상 디자인 단계부터 이제는 기존에 진입한 약제와 비교해 투약주기 및 제형 편의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시대가 흐를 수록 편의성은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