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공무원들의 보고서만 보다 보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서울아산병원 적정진료팀(팀장 서지연) 주최 제1회 학술세미나에서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 느낀 점을 이 같이 밝혔다.
그는 MB 정부 시절, 재선 국회의원으로 2010년 8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제48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이날 진수희 전 장관은 '보건의료 개혁, 더 이상 미룰 없다' 특강을 통해 "장관직 제의받았을 때 주어진 시간은 1년이었다, 사명감을 갖고 장관직을 시작했다"고 운을 띄웠다.
진수희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사회복지 경험은 있지만 보건의료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을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장관이라는 자리가 디테일한 것까지 알아야 하나, 관료들이 지식을 갖고 있으니 국민 입장에서 좋은 방안만 취사선택하는 결정만 하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장관 생각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수희 전 장관은 "장관이 어느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공무원들은 예민하다. 장관 관심사항에 따라 예산도 인력도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며 복지부가 복지 쪽에 방점을 찍다보니 보건의료를 소홀히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보건의료와 복지를 쪼개는 것은 현 정부 임기 중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와 복지를 나눈 복수차관제를 통해 복지부 위상을 올리고 업무의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분야 직역 간 갈등은 당시에도 장관의 큰 고민이었다.
진수희 전 장관은 "예산확보만 하면 되는 사회복지 분야와 달리 보건의료 분야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의약인 등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면서 "복지분야는 관료들에게 맡기고 보건의료 분야에 팔을 걷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역 간 갈등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과제를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협의체를 구성해 당사자들을 모두 참여시키면 과제별로 손해와 이익이 달라져 누구도 모든 것을 잃거나 얻게 되는 상황은 안된다"며 재임 당시 보건의료미래위원회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전수희 전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추진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약가인하, 영상수가 인하, 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등을 소개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인 과제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이었다. 동네의원은 경증환자를 보고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중심과 중증질환으로 구분해 제한된 의료자원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가면 본인부담과 약값 부담을 높여 국민들의 불만도 있었으나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와 관련, "제약협회로부터 고소도 당했다"고 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중 약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었다. 알아보니 약가 책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약가를 인하한 배경에는 리베이트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뜻이 있다. 연구개발과 신약개발에 노력하는 제약사를 적극 지원하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구사했다"고 정책의 당위성을 개진했다.
진수희 전 장관은 "부끄러운 얘기이나 장관직 이전 다니던 병원만 다녔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이렇게 올라갔나 놀라면서 보건의료 분야가 앞으로 먹고 살 신성장동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은 끝으로 "보건의료는 돈을 쓰는 영역이 아닌 국부 창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국회 입성을 희망하고 있다. 공직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건의료 분야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