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학사를 비롯해 대다수 역사에서 간호사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역사속에서 간호사가 이뤄온 업적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이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경림 의원(새누리당)과 대한간호협회와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는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여성사 박물관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자들은 국내 역사에서 간호사들의 업적이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고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를 맡은 강영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일제 시대 당시에도 간호사 출신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외에서 목숨을 걸고 일본 제국 주의에 맞서 싸웠다"며 "하지만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간호사는 13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간호사 독립운동가인 박자혜 여사와 정종명 여사의 삶을 돌아보고 하루 빨리 역사적인 재평가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대 간호교육, 여성전문직의 첫 길을 열다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옥성득 UCLA 한국기독교 교수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수많은 간호사들이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한 공이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지난 25년 간 개항기와 대한제국 시기 의학사 연구는 심화되고 있으나 간호사에 대한 연구는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여전히 한국 의학사에서 간호사는 보이지 않거나 주변부에 밀려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발표자들도 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일제시대 부터 독립운동에 앞장서고 파독 간호사로 국가 발전에 힘쓴 간호사들이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유분자 재외한인간호사회 이사장은 "간호사들이 해외에 진출해 일자리가 모자라던 조국의 실업난에 숨통을 틔워주고 선진간호기술을 습득해 고국의 후배들에게 알려준 사실을 이제 모두 잊어가고 있다"며 "당시 간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동방의 나이팅게일이 돼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성공적인 이민은 조국의 경계를 넓히는 것"이라면서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 그리스어)에 성공한 세계적인 두 민족인 유대인과 중국의 화교들이 그 표본이라고 할 때 해외진출 간호사들의 성공사례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도 박용옥 성신여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이명화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해 한국간호 112년의 역사적인 의미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향후 연구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2008년부터 간호역사 뿌리 찾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으로 뿔뿔이 흩여져 있던 간호 역사 자료를 수립해 잊혀진 간호역사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