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단 2종의 자궁경부암(HPV) 백신이 있다. 모두 각각의 대규모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둘 다 좋은 백신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똑같은 백신은 아니다. 큰 범주에서 적응증은 유사하지만 예방 커버리지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여기서 정부는 고민이 생긴다. 두 백신이 내년 시행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유력 후보군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백신으로 갈지 혹은 두 가지로 갈지 두 가지면 가격을 일원화할지 이원화할지 머리가 아프다. GSK 2가 서바릭스, MSD 4가 가다실 얘기다.
판단의 근거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하나는 비용효과성이다. 관전 포인트는 타당성 있는 대입변수다. 입맛대로가 아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비용효과성 데이터 말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GSK HPV 백신 총괄 수석연구원 마틴 라이서 의학박사는 '서바릭스는 납득할 만한 비용효과성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GSK는 최근 '서바릭스'가 '가다실'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더 높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최근 GSK에서 두 백신 간 비용효과성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나씩 뜯어보자. 임상 디자인과 결과는 어땠는가.
한국 12세 여성 대상으로 NIP로 자궁경부암 백신 2회 접종을 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백신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했다. 여기서 서바릭스는 타사 백신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더 높았다.
비용효과성은 어떤 대입변수를 넣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 비용효과성 평가 시에는 타당성 있는 대입변수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에 포함된 HPV 유형 16, 18형은 두 백신 모두 이미 예방효과가 높게 나와 이를 대입했다.
대입변수에 차이가 있었던 부분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HPV 유형과 성기 사마귀 예방효과였다.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HPV 유형 예방효과는 타사 백신은 FUTURE 1, 2 임상 3상 연구 데이터를, 서바릭스는 PATRICIA 3상 연구 데이터를 반영했다.
서바릭스는 성기사마귀에 대해서는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매우 보수적인 가정을 했다. 타사 백신은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대입 변수를 잡았다.
자궁경부암 유병율은 한국에서 확보된 NECA(한국경제성평가연구원) 리포트 결과를 넣었다.
환산율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어떻게 적용했는가.
비용효과성 분석에서는 환산율(discount rate)을 얼마나 적용하느냐도 중요하다. 한국은 5%다. 다른 국가들에서 많이 사용하는 3%, 1.5% 환산율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는 미래보다 현재 가치를 더 높게 봤다는 뜻이다.
영국 등에서 사용하고 WHO가 권장하는 기준인 3% 환산율을 적용한 경우 자궁경부암에 대한 이익이 성기 사마귀에 대한 이익보다 더 잘 확인될 수 있었다. 성기사마귀는 5~10년 정도 후의 예방효과를 보는 반면에 자궁경부암은 20년 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기적인 예방효과가 더 잘 부각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3% 환산율 적용 시에는 자궁경부암에 대한 이익이 더 잘 확인되고, 그에 따라 타사 백신보다 서바릭스의 비용효과성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는 HPV 백신 NIP를 앞두고 있다. 비용효과성 외에 보건당국이 백신 선택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두 가지 백신 중 서바릭스는 발암성 유형인 HPV 16, 18을 포함하고 타사 백신은 이외도 비발암성 유형인 HPV 6, 11형을 갖고 있다.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에 대해 최적의 예방효과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항원보강제 시스템이 기존의 알루미늄염과는 차이가 있는 AS04 시스템으로 돼 있다. 이로 인해 유도되는 T세포 반응도 다르고 항체역가도 더 높다. 기존의 항원 보강제(알루미늄염)를 사용하는 백신들과는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는 셈이다.
백신을 평가할 때 면역반응은 효과에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항체역가 측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얼마나 질환을 예방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서바릭스의 질환 예방 효과는 어떤가.
지금까지 진행됐던 최대 규모 3상 연구인 페트리시아(PATRICIA) 연구에서 서바릭스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임상적인 평가 요소(efficacy)의 경우 CIN2+, CIN3+ 등 여러 단계의 자궁경부암 이형성증에 대해 평가했다.
특히 CIN3+는 자궁경부암 발생 바로 전암 단계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서바릭스는 HPV 16, 18형과 관련된 CIN3+에 100% 예방효과를 보였고, HPV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자궁경부암 전 단계(CIN3+)에 93% 예방효과를 보였다.
이를 볼 때 HPV 유형에 상관 없이 서바릭스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자궁경부암 예방효과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서바릭스에 사용된 AS04 항원보강제에 기인한 효과로 보고 있다. 즉 어떤 항원보강제를 사용했느냐가 백신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방효과에 대한 평가요소를 CIN2+와 CIN3+ 중 CIN3+로 보는 게 더 정확한 것인가.
CIN2는 자연적인 면역체계에 의해 자연 소멸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CIN3+에 비해 실제 자궁경부암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CIN3+ 발생 건수 자체가 낮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수치를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소규모 연구 진행시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발생 건수가 높은 CIN2+를 평가요소로 잡는 이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CIN2+보다 CIN3+가 더 의미 있는 엔드포인트이다. WHO에서 최근 발표한 입장 성명서를 보면 자궁경부암 예방효과에 있어 HPV 유형과 상관없이 CIN3+에 대한 예방효과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서바릭스는 HPV 16, 18형과 관련된 CIN3+에 100% 예방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