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증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수술 전후 내분비내과 협진을 요청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소장 우회술을 받은 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환자 장 모 씨의 유족 측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장 씨는 월남전에 참여했다 전역한 후 고엽제 후유증으로 당뇨병을 얻어 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A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아왔다. 장 씨는 뇌졸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후에도 항경련제를 잘 복용하지 않아 부분 경련이 발생해 A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복부 CT를 촬영한 결과 상간장동맥 증후군 소견이 있어 외과 의료진은 수술 준비를 했다. 준비 과장에서 외과 의료진은 호흡기내과 및 감염내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내과 측은 폐기능이 수술을 하기에 고위험상태며 폐렴과 요로감염 의증이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외과 의료진은 상간장동맥에 의한 십이지장 폐색은 대동맥과 상간장동맥 사이에서 십이지장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병적 질환인데다 장 씨는 특발성 간질과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전신 쇠약이 진행돼 발생했다는 판단을 하고 소장우회술을 실시 했다.
그러나 수술 후 수술 부위에 농양이 생겼고 장 씨는 구토 증상 등을 보이다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수술 전후 고혈당 또는 저혈당 상태로 혈당조절이 불량했는데 A병원 의료진이 이를 알고 있었지만 내분비내과에 협진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까지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장 씨의 혈당이 불안정했던 것은 오랜 당뇨병력에 의한 것으로 내분비내과와 협진만으로 쉽게 안정되기 어려운 상태"라며 "A병원 외과 의료진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혈당조절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외과 의료진은 수액공급, 인슐린의 간헐적 투여 및 경과관찰 등의 방법으로 장 씨의 혈당을 조절했다"며 "내분비내과와 협진 하지 않았던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혈당 조절을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