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업무에 비해 과도한 간납수수료 책정과 높은 마진을 취해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만든 간납사(간납도매업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지난 8월 27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내 법규·보험·윤리·홍보위원회 각 위원들이 참여해 '간납도매개선 TFT'을 만든 이유다.
▲간납사 철폐 ▲간납사 제도권 수용 ▲간납사 및 업계 간 상생안 마련 등 세 가지 추진방안을 모색해온 협회 TFT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 활동 경과를 보고했다.
기자간담회에서 TFT는 위원들 사이에서도 혼선을 빚었던 간납사에 대한 개념과 유형별 구분을 정립하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특히 간납사와 미국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구매대행업체)와의 차이점을 명확히 밝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TFT에 따르면, 간납사는 공급사인 의료기기(치료재료) 제조업체·수입업체들의 필요가 아닌 주로 병원 필요에 따른다는 점에서 기존 대리점과 구별된다.
또 실제로 의료기기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계약 에이전시(Contract Agency)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식 GPO와도 다른 개념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와 함께 전국 70~80개가 난립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간납사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복수의 대학병원·종합병원과 의료기기 공급사 사이에 존재하는 '대형전문 간납사'는 일정한 창고 및 정보서비스 등을 표방하고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공급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병원에 납품한다.
흔히 구매대행업체를 표방하지만 실제 제품을 구매해 유통하는 계약 에이전시 역할을 수행하는 GPO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재단관련 간납사'는 병원 및 학교재단이 직영하거나 그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로 특정한 재단소속 병원과 공급사 사이에 존재한다.
이들은 대형전문 간납업체와 비교해 실제 제공하는 서비스가 거의 없고 사실상 유통단계 추가 이외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밖에 주로 정형외과·산부인과 전문병원과 공급사 사이에 존재하는 '일반 간납사'는 간납사 유형 중 가장 실제 제공서비스가 없고 유통단계 추가 이외의 역할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정의했다.
TFT 전영철 부위원장은 "대형전문 간납사들은 GPO를 표방하면서 나름 시스템 구축과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 불리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만 현실적인 수수료 책정과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한국 실정에 맞게 개선·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단관련 및 일반 간납사는 실제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 세금계산서만 발행해 수수료를 착취하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기 때문에 철폐하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TFT는 특히 간납사와 미국 GPO(구매대행업체)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밝혀 불합리한 간납 행태에 대한 제도개선은 물론 한국형 GPO 적용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TFT 한 위원이 밝힌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GPO는 구매 수요가 있는 의료기관 구매력을 모아 공급사를 대상으로 협상을 벌여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공급자와 계약한 일괄가격과 조건을 통해 병원 공동체 대표로서 제품 대량 구입을 진행한다.
이때 대량 구매 계약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공급사로부터 대량 주문에 대한 할인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GPO 수수료는 2009년 기준 1.22~2.25% 수준이며 법적으로 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특히 GPO는 의료기관이나 공급자와의 계약내용에 대한 서면계약이 필요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사로부터 지불되는 수수료를 기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급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병원에 최소한 1년에 한번 서면으로 공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GPO 수익은 계약한 공급사로부터 받는 행정 수수료로부터 발생하는데 이 수익을 병원과 나누지 않는다.
이는 병원 회원사가 더 많은 물품을 GPO를 통해 구매할수록 구매대행업체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밖에 GPO와 최소 구매율을 설정해 계약한 해당 의료기관의 경우 전체 구매액 중 최소 구매율 이상을 GPO를 상대로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반면 국내 간납사는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가 아닌 각각의 병원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 각 병원에 단가협상을 통해 수수료 변동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미국식 GPO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게 협회 TFT의 시각.
GPO처럼 제품을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매하거나 연 단위 구매량을 정해 단가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구매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공급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불명확하고 설령 서비스가 있다 하더라도 병원이 그 서비스를 제공받는 주체라는 점에서 GPO와 다르다는 것.
GPO처럼 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함께 일정액 이상 수수료 제한이 없는 점도 국내 간납사와 GPO의 차이점이다.
TFT 한 위원은 "국내 간납사들은 실제 의료기기 구매능력(Buying Power)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 구매해주는 것처럼 통행세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없으면서 오로지 매입과 매출을 통한 단가 마진에 따른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간납사들이 진정한 GPO를 표방한다면 연 단위 혹은 일정 수량에 대한 구매대행업체 역할을 수행하고, 서비스 중심의 적정 수수료를 표준경쟁계약서와 같은 매뉴얼을 통해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간납도매개선 TFT는 미국 GPO에 대한 논문 수집 등 연구를 통해 간납사와 GPO와의 차이점을 밝혀 간납도매 제도개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단체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GPO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