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의 의료이용행태를 파악하기 위한 이른바 '의료이용 지도' 제작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책 활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발되는 의료이용 지도가 공급자인 의료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개발 시 공급자의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보공단은 15일 '합리적인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한 의료이용지도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3월부터 환자의 의료이용행태 및 의료자원의 지역적 분포, 교통인프라 등을 고려한 환자의 이동행태를 분석하기 위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이용 지도를 개발에 나선 바 있다.
특히 건보공단은 개발되는 의료이용 지도를 통해 향후 보건정책 수립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건보공단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의료이용 지도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향후 연속성을 갖고 의료이용 지도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건보공단 신순애 빅데이터운영실장은 "1년만 의료이용 지도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서 의료이용 지도 개발 연구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그동안 건보공단은 급여확대에만 급급했는데, 이제는 실제로 급여확대를 통한 본인부담 경감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갔는지, 혹은 일부 취약지 지역 환자들이 방치되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의료이용 지도를 통해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이용 지도 개발이 자칫 공급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공급자들의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대의대 이건세 교수는 "의료이용 지도를 개발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만약 공급자들을 통제할 규제방안으로 활용된다면 우선 공급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분만센터, 신생아중환자실 등을 민간의료기관이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만 이 후 운영은 민간의료기관에 맡기고 있다"며 "공급자에게 유지와 관리 전부를 맡기는 등 의료 공급체계의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에 보다 전문화되고 세부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건보공단이 개발하는 의료이용 지도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2004년부터 병상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그동안 건보공단이 개발한 의료이용 지도와 같은 실질적인 데이터가 없었다. 이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의료이용 지도를 병상수급계획과 같은 정책에 연계했을 시 공급자의 수용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의료이용 지도를 통한 병상수급 권역을 나눌 경우 공급자의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며 "또한 현재 병상수급 권역과 시·도 단위의 병상 허가권역이 불일치한데 이를 어떻게 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