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처방할 때는 '난청'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꼭 설명해야 한다. 설명을 하지 않으면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최근 발간한 '예방적 관점에서의 의약품 피해 의료분쟁 사례집'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위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60대 환자는 감기(가래 및 상기도 감염)로 A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객담배양검사 결과에서 비결핵마이코박테리움(비정형결핵균) 소견이 있어 주사제 병합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다.
의료진은 세폭시틴나트륨(3500mg 3회/일), 황산아미카신(3750mg 2회/일), 클래리트로마이신(500mg 2회/일) 처방을 했다.
약 20일 후 환자의 혈중 크레아틴이 증가해 의료진은 황산아미카신 투여를 중단했다. 이 환자는 청력 감소로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았다.
환자 측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이는 항생제 황산아미카신을 선택할 때 신중하지 못했다며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환자는 항생제로 인해 신장, 호흡곤란, 피부발진 등이 극히 드물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들었지만 난청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받아들인 A병원 측은 "비정형결핵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폐합병증으로 사망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항생제 투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의료분쟁 조정 결과 병원 측의 과실이 인정 됐고 병원은 환자에게 149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환자 측은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조정중재원은 "황산아미카신 투여기간은 적절했지만 3750mg 용량을 하루 두 번 투여한 것은 과용량"이라며 "A병원은 청력 검사를 시행해 이독성 부작용 발생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었지만 시행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환자에게 황산아미카신 부작용 설명을 적절히 했다는 기록은 자료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정중재원은 항생제가 난청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사전에 설명하고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전했다.
"의약품 피해 의료분쟁, 의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이같은 의약품 관련 피해 상담건수는 지난 3년간 총 3086건이었고 의료분쟁 조정 신청은 109건이었다. 이 중 병의원 등 요양기관의 동의를 얻어 조정절차가 개시된 사건은 절반에 못미치는 47건이다.
의약품 피해 의료분쟁은 의원에서 가장 많았고(24.8%) 병원,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순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피해 내용을 살펴보면 10건 중 8건이 부작용 피해였으며 기존 질병 및 증상이 악화되는 약화 사고가 뒤를 이었다. 부작용은 과민반응, 피부, 말초 및 중추신경계 순이었다.
의약품 피해 의료분쟁 감정 결과 10건 중 7건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소홀, 즉 의료인 과실이 차지했다. 의약품 종류별 피해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3년간 의약품 피해사례 합의, 조정성립금액은 평균 651만원이었다. 최고액은 27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