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밀실 또는 탁상행정.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누구나 듣기 싫은 소리일 것이지만, 유독 보건복지 기관 종사자에게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직종 및 단체가 워낙 다양하고 첨예하므로 의견 수렴 및 정책시행에 있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2016년 새해를 맞아 보건복지부 공무원 50명(남 24명, 여 26명)과 건강보험공단 직원 50명(남 34명, 여 16명)과 심사평가원 직원 50명(남 17명, 여 33명) 등 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복지부와 건보공단·심평원 모두 보건의료계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소리로 '탁상행정'을 꼽았다.
탁상행정은 보건복지 기관이 정책 수행에 있어 보건의료계단체가 문제를 제기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다.
우선 복지부는 48%(24명)가 듣기 싫은 소리로 '탁상행정'을 꼽았으며, 이어 '영혼 없는 존재'(20%, 10명)와 '세금 먹는 하마'(14%, 7명) 순이었다.
심평원도 탁상행정(54%, 27명)을 가장 듣기 싫은 소리라고 꼽았으며, '세금 먹는 하마(24%, 12명),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18%, 9명) 등으로 답했다.
건보공단의 경우 복지부와 심평원과 마찬가지로 탁상행정(42%, 22명)을 가장 듣기 싫은 소리로 답했으며, 보건의료계단체와 수가협상을 하는 기관답게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도 32%(16명) 두 번째로 듣기 싫은 소리라고 꼽았다.
복지부 한 직원은 "정책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는 항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단체와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밀실이나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제기하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의사기관장 시대 "보건의료계 화합 기대돼"
보건의료계로부터 '탁상행정'이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서일까.
보건복지 기관 직원들은 의사 출신 부처 및 기관장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점으로 '보건의료계 화합'을 꼽았다.
우선, 3곳의 보건복지 기관 종사자들은 모두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부처 및 기관장으로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요양기관 청구 및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64%, 32명)이 기관장에 전문직 종사자가 적합하다고 답했으며, 이어 복지부가 (52%, 26명), 건보공단(50%, 25명) 순이었다.
특히 이들은 의사 기관 및 부처장 취임을 통해 '보건의료계와의 화합'을 기대했다.
복지부는 무려 72%(36명)이 기관장 취임을 통해 '보건의료계와의 화합을 기대'한다고 답했으며, 기타 항목(14%, 7명)으로 부처의 전문성 강화가 기대된다고 응답했다.
심평원도 의사 출신 기관장 취임을 통해 '보건의료계와의 화합'(68%, 34명)이 기대된다고 꼽았으며, 이어 타기관 외풍 차단(18%, 9명), 인사개혁(8%, 4명), 권위주의 개선(6%, 3명) 순으로 응답했다.
건보공단도 마찬가지로 보건의료계 화합(52%, 26명)이 가장 기대된다고 답했으며, 권위주의 개선(24%, 12명), 타기관 외풍 차단(16%, 8명), 인사개혁(8%, 4명) 순이었다.
건보공단 한 직원은 "성상철 이사장 취임 후 강조되고 있는 것이 보건의료계와의 소통 강화"라며 "특히 보건의료계단체와의 수가협상에서도 그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성 이사장 취임 후 모든 보건의료계와 관련된 정책 시행에 있어 사전 스킨십을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배들의 예상치 못한 퇴임 "인생무상 새옹지마"
그렇다면 보건복지 기관 직원들이 생각하는 입사 전·후 달라진 관점, 즉 부처(기관)에서 근무하며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 기관 모두 단연 '국민적 신뢰'를 꼽았다.
복지부(46%, 23명), 건보공단(36%, 17명), 심평원(54%, 27명) 모두 '국민적 신뢰'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복지부(20% 10명)와 심평원(22%, 11명)은 '상명하복 조직 체계'가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건보공단은 '인사 공정성'(22%, 11명)이 '국민적 신뢰'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꼽았다.
즉 어느 기관 종사자나 '인사' 문제만큼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선배들의 예상치 못한 퇴임을 보면서 느낀 점'을 물은 질문에도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복지부의 경우 '인생무상'(46%, 23명), 즉 허무하다고 답했으며, 이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38%, 19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건보공단의 경우도 선배들의 예상치 못한 퇴임을 보며 인생무상(44%, 23명)이라는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심평원은 이럴수록 '소신 업무'(40%, 20명)를 해야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복지부 직원은 "인사문제에서 공무원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최근 복지부를 보면 실·국장들의 중도 퇴임뿐 아니라 과장급들도 중도퇴임하는 사례도 있다"며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평원의 한 직원은 "임금피크제가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면서 인사 문제가 대두하기도 했다"며 "최근 공로연수를 앞둔 실장급 간부들이 임시조직에 배치되기도 했는데, 이를 바라보며 각자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