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학술대회 기간을 앞두고 의학회들이 개최 장소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대학 강당 등 그나마 비용이 저렴한 곳은 경쟁이 치열한데다 일부 컨벤션 센터가 임대 비용을 올리면서 선택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A학회 이사장은 10일 "춘계학술대회는 그나마 개최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어떻게든 꾸렸는데 추계학술대회가 문제"라며 "벌써부터 왠만한 곳은 예약이 가득 차 장소를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학회는 지난 6년간 서울의 한 대학 컨벤션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해당 대학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학 컨벤션 센터가 입소문을 타며 결혼식장 임대가 잦아지면서 웨딩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회 개최를 위해 장소를 대여하더라도 결혼식 개최에 걸맞는 예산을 요구하면서 학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셈.
이 이사장은 "호텔은 부담이 크고 대학 강당은 다소 좁아 이 대학 컨벤션을 6년이나 이용해 왔는데 계속해서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 부담이 크다"며 "올해는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담당 이사들이 백방으로 뛰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학회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300명에서 700명 정도 되는 중규모 학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의 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대학 컨벤션 센터 외에도 학회들이 선호하는 한 기념관 등도 임대료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학회도 마찬가지. 학회 개최지로 각광받는 특급호텔 컨벤션센터 등도 웨딩사업에 주력하며 학회보다는 혼주를 잡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
B학회 이사장은 "4~5월, 9~10월 등 춘추계 학술대회 개최 기간이 결혼식 시즌과 완벽하게 겹치지 않느냐"며 "호텔에서 학회보다는 결혼식 개최를 더 선호하고 있어 1~2년전 부터는 장소 임대가 쉽지 않다"로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국 학술대회 개최 시기를 조정하거나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하지만 1천명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 답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상당수 학회들이 그나마 시설과 장비가 구비된 일부 대학 강당으로 몰리면서 일부 대학 강당은 이미 학회 시즌에는 벌써부터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명 의대의 의과학연구원이나 강당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곳은 이미 학술대회 개최 문의와 예약이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학회 이사장은 "그나마 교통이 좋고 주차가 편한데다 강당도 여러개에 규모가 있어 인기가 좋다"며 "오죽하면 일부러 학회 주요 이사 중 한 명을 해당 대학 출신으로 뽑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겠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