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경영 압박에 정년 보장을 약속했던 교수들에게까지 메스를 대는 모습이다.
진료 실적이 크게 떨어질 경우 의대 교수 자격만 유지한 채 진료실을 정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교수들은 사실상 나가라는 말이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A대형병원은 최근 일부 교수들에게 임상 교원 발령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들은 더이상 병원 내에서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
대부분 대학병원 교수들은 대학 교원과 임상 교원 등 두가지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의대 소속 교수 겸 병원 소속 의사라는 두가지 채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의 임상 교원 발령이 취소되도 이들의 의대 교원 자격은 유지 된다. 교육과 연구는 지속할 수 있는 셈. 정년 보장 교수가 명단에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받는 월급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봉급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게 된다. 교수들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병원 소속의 몇몇 교수들은 이러한 통보를 받은 뒤 이미 사의를 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A병원 관계자는 "몇몇은 이미 결정에 반발해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일부 교수는 병원에 읍소하며 다시 발령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사실 병원 발령을 취소한다는 것 자체가 병원에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으니 알아서 정리하라는 의미 아니냐"며 "테뉴어(정년보장)라고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대형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년 보장 교수라고 해도 더이상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B대학병원도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진료성과 연동제 추진을 검토중이다. 진료과별, 담당 교수별로 목표 실적을 세우고 이에 미달될 경우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B대학병원 보직자는 "나이가 들었다고, 정년이 보장됐다고 태만해 지지 말고 다같이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며 "일부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대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의 모든 센터와 클리닉 등 부서들은 향후 1년간의 실적 목표에 사인을 마친 상태다.
1년 동안 목표로 제시한 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향후 거취와 지위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집행부에게 맡긴다는 각서의 형식이다.
이 병원 임상 교수는 "테뉴어가 되면 해외 학회나 놀러다니던 시절은 끝났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후배들과 경쟁에서 뒤쳐지면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