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재무 건전성이 위기를 넘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지 3년. 최근 회비 인상안을 꺼내든 의협이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컨설팅에 돌입했다.
이미 퇴직급여충당금 46억원 중 부족액이 36억원에 달할 정도로 의협의 곳간이 바닥나 현행의 퇴직금 누진제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임금체계개선 등 신 인사제도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한 의협은 A 노무법인으로부터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의협은 연구소 회비수입 중 3만원을 3년의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의협의 고유사업으로 편입하는 방안과 함께 약 10%의 회비 인상 방안도 거론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의협 감사단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 사인'에 대한 후속 조치.
감사단은 "수년 째 회비 납부율이 엄청나게 감소하고 있다"며 "약 10년 전 80% 내외의 회비납부율이 2012년 65%를 거쳐 지난해 59.9%로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감사단은 "반면 지출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2년 13억원 적자, 2013년 7800만원 적자, 2014년 2.2억원 적자가 누적됐다"며 "기금 총액이 마이너스 2.8억원으로서 이른바 자본잠식이자 파산상태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퇴직급여충당금 46억원 중 적립액 10억원을 제하고 36억원의 부족액을 떠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최근 노무법인으로부터 임금제도, 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 임금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며 "지금은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일 뿐 아직 정확한 개선 방법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매번 대의원회 정기총회에서 지적당한 것처럼 과거부터 이어져온 퇴직금 누진제로 협회가 휘청이고 있다"며 "임금체계를 전체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회비 인상 등의 미봉책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 노무법인은 퇴직금 누진제를 겨냥해 "제도 유지의 합리성이 약해 거의 폐지되고 있는 추세"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무법인은 연공 중심의 임금 탈피와 임금체계 간소화, 직무·능력·성과가 반영된 임금체계로 천편일률적인 연봉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은 컨설팅 업체를 통해 평가 제도 개선, 평가를 반영한 보상제도 설계, 퇴직급여제도 개선을 도출하고 이 과정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사규 정비는 이르면 이달 내 도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