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는 하늘 높이 나는 새는 잡을 수 있지만 장기간 멀리 날 수는 없다. 오리는 날아다니는 새를 잡을 순 없지만 멀리 날 수는 있다. 독수리에게 멀리 날아갈 것을 강요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최근 대학병원계 교수 구조조정을 두고 한 원로 교수가 한 말이다.
사실 이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수년전부터 각 병원 경영진은 일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교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왔다.
지금까지는 병원 규모를 확대하고 성장하는 데 바빠 미뤄오던 문제가 경영악화가 심각해지면서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됐고, 급기야 칼을 뽑게 된 것이다.
물론 환자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최신 의학을 다뤄야하는 게 대학병원 교수인 만큼 평가를 통한 정도 관리는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은 제기하는 교수는 많지 않다.
심지어 나태한 교수는 동료 의사들의 사기 또한 저하시키기 때문에 당연히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 구조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가를 생각하면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진료실적이 우수하더라도 의과대학 강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의대 교수 겸직 해제 대상이 될까.
과연 지금의 병원 경영 체계 속에서 진료실적은 무시한 채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가.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들을 만나면 왜 하나같이 "진료실적 때문에 병원에 눈치가 보인다"고 말하는 것일까.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진료 실적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교수평가 시스템 내에서는 위의 몇가지 의문을 풀기 어려워보인다.
그동안 묵혀왔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렵사리 칼을 뽑은 만큼 본질을 흐리지 않으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평가의 객관성을 갖춰야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적어도 독수리의 능력을 가진 교수에게 오리의 능력을 강요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