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조정, 이른바 삭감에 분노해 온라인 상에 욕설을 담은 글을 올린 의사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0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3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13년 한 내과 원장의 사례를 소개하며 욕설을 담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실었다.
김 씨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내과 A원장은 급성기관지염 상병으로 1차 항생제 록시트로마이신(roxithromycin)을 12일 사용했지만 호전되지 않아 3세대 항생제 세픽심(cefixime)을 처방했는데 심평원 심사에서 삭감당했다.
A원장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한 처방이라며 삭감이 부당하다고 심평원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산심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라며 '이의신청'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김 씨가 A원장의 사연을 게재하면서 욕설을 쓴 것이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개XX 같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XX들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 그것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삭감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짜 개XX 걸레같은 X들이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심평원은 욕설 부분을 문제 삼아 모욕죄로 김 씨를 고소했으며, 검찰도 이 같은 글이 심평원을 모욕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기관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라며,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법원은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을 판단하고 자신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걸 강조하려고 부분적으로 욕설을 썼다"며 "전체적인 맥락이 악의적이거나 공격적인 표현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국가기관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되므로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