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시술을 할 때마다 늘상 부족한 손이 문제였다. 사람 손을 3개로 늘릴 수 없다면야 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고민의 산물이 'US-guider'다.
17일 유도초음파 키트인 US-guider가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KIMES)에 전시됐다.
US-guider는 쉽게 말해 두 손만으로 정확한 프로브 탐침과 주사가 가능하게 만든 제품. 프로브에 주사기, 각도기가 달려있어 정확한 병변 탐지과 주사를 가능케 했다.
US-guider는 현직 의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아이디어 단계였지만 특허청장상 수상을 계기로 초음파 전문기업 알피니언 메디칼시스템과 제품 개발에 손을 맞잡았다.
여기까지는 흔한 스토리지만 의사가 직접 제품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한 과정은 흥미롭다.
정형외과계 맥가이버, 손문호 정보통신이사가 나섰다
손문호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이사의 별명은 의료계 에디슨부터 맥가이버, 발명왕까지 화려하다. 수상 경력도 삼성의료기기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제4회 대전발명경진대회 금상, 대전 스마트앱 공모전 금상까지 자랑한다.
약 정보 어플리케이션 제작을 시작으로 의사 응원 홈페이지 제작, 의사회 상징 디자인 제작까지 손댔던 그가 이번엔 의료기기 제작에 팔을 걷었다.
사람 손은 완벽하지 않다. 프로브를 쥔 오른손도, 주사기를 쥔 왼손도 흔들리고 떨린다. 시술자는 환자의 병변 부위를 초음파 프로브를 이용해서 탐지하고 화면을 보면서 시술을 한다. 시선은 화면에, 손은 시술 부위에서 '따로 놀다' 보니 시술에 오차가 존재했다.
왼손 사용이 서툰 의사들은 더 끔찍했다. 오른손으로 프로브를 조작한 후 다시 오른손으로 주사기를 잡다가 병변 위치가 틀어지는 일이 다반사. 환자가 움직이는 경우도 정확한 시술을 어렵게 했다.
US-guider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Ultra Sonic-guider'라는 뜻 그대로 프로브에 달린 각도기가 가이드 역할을 한다. 한 손으로 프로브를 보면서 병변의 위치를 특정하면 다른 한 손으로 주사기 삽입의 각도를 조작, 결정할 수 있다. 프로브와 주사기가 일체형이기 때문에 위치와 각도가 결정되면 정확한 삽입이 가능해 진다.
간단한 발상이었지만 프로토타입이 나오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수 년 전 초음파 기기를 바꾸면서 업체에 내건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본인을 본사 기술팀과 마케팅팀과 연결시켜 주는 업체와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그 조건에 부합한 업체가 바로 알피니언입니다." 손 이사의 설명이다.
알피니언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아이디어에 무작정 투자를 할 수도 없는 일. 시장성을 고민할 때 손문호 이사의 열정은 결국 업체를 움직였다.
손문호 이사는 "단순히 의료기기 업체에 아이디어만 제공하면 다 만들어 주는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며 "자비로 동국대 의료기기 개발촉진센터와 카이스트 로봇팀과도 교류, 협력하며 프로토타입을 구체화시켜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시험 제품을 들고 알피니언 사장을 만나 설득을 했다"며 "그후 업체 개발자와 교류하며 제품 상용화에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손 이사와 업체는 시장 확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뉴얼 방식을 먼저 시장에 공개한다는 계획. 이후 자동 주사 삽입 방식, 레이저 타입의 개발도 진행한다. 시장 반응은 어떨까.
알피니언 관계자는 "임상에서 손문호 원장이 초음파 시술에서 느낀 어려움은 다른 원장들도 공유하는 내용이다"며 "오늘 키메스를 방문한 여러 원장들도 제품을 보고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외과 계에서 주로 사용하던 초음파 천자와 시술이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를 중심으로 통증차단과 국소마취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손문호 이사는 "올해 유도초음파 시술에 대한 보험급여를 준비 중에 있어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며 "보험급여가 인정되면 US-guider의 사용이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그는 "의료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불편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개원의사"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US-guider를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술로 키우고, 창조경제의 롤모델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