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수련평가업무를 주관했던 병원협회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전공의특별법 관련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TF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추진 일정 및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병협 내 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를 모두 정부로 이관한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2017년 하위법령 시행 이전까지만 병협에서 병원신임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이후로는 복지부 산하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맡게 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는 병협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로 모두 이관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논의가 본격화 되자 병협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병협이 수십년간 쌓아온 수련평가업무의 노하우는 또 하나의 지적재산권인 셈인데 모든 업무를 이관해서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병협의 수련평가 업무 이관은 예견된 수순이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거듭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병협은 물론 각 병원이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교육부터 월급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온 것에 대한 공로는 인정받지 못한 채 부도적한 집단으로 몰고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수련평가를 논하기 전에 전공의 수련 비용에 대한 예산부터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병원에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용 부담만 전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공의들은 "반드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송명제 전공의협의회장은 "병협 신임실행위원회 업무가 복지부 산하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이관돼 중립적인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 취지와 목적에 맞는 하위법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병협이 수십년간 맡아온 수련평가 업무를 하루아침에 이관하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복지부로 모든 업무가 이관되기 전까지는 병협이 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 11일 전공의특별법 관련 하위법령 제정 대책 TF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마련하는 등 독립적인 기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수십년간 전공의 수련업무를 도맡아 왔던 병원협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