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CIP)는 65세 이상의 경우 먼저 13가 결합백신(프리베나13)을 맞고 1년 후 23가 다당백신(프로디악스23 등)을 보충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 의대 데이비드 패더슨 박사(Dr. David S. FEDSON)는 이를 '미국의 실수'라고 단정 지었다.
많은 국가에서 소아에 13가 백신을 맞춰 성인에서도 이와 관련된 13개 혈청형 감염이 사라졌는데 굳이 노인(65세 이상)에게 또 13가 백신을 맞추는 것이 과연 비용효과적이냐는 반박이다.
특히 한국은 소아에 13가(또는 10가), 65세 노인 이상에 23가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사업(NIP)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상적인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23가 백신 접종으로 13가 백신이 갖지 못한 혈청형 예방까지 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이 보건의료비를 집행할 의무가 있다"는 패더슨 박사를 최근 만나봤다.
그는 미국내과의사협회(ACP) 성인면역분야 태스크포스 의장,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및 국가백신자문위원회(NVAC) 멤버로 활동했다.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역학 연구회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폐질환은 65세 이상 노인에서 증가하며 공중보건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안은 13가 및 23가 백신인데, 접종 후 폐렴 감소 효과를 본 대표 데이터를 소개해달라.
최근 네덜란드에서 13가 결합백신 접종 결과를 본 CAPITA 연구가 있다. 여기서 13가 결합백신이 90개 혈청형 중 13개에 의한 비침습성 폐렴을 예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입원할 가능성을 45% 줄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CAPITA 연구 전 스페인에서 발표된 CAPAMIS 데이터다. 23가 다당백신 또한 비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 예방에 효과를 보였다. CAPITA와 CAPAMIS 아주 중요한 연구 결과다.
두 연구의 효과 추정치를 볼 때 입원 예방율이 45~48%로 비슷하다. 둘 다 폐렴구균 효과를 확인한 것이고 비침습성 효과는 차이가 없었다.
ACIP는 65세 이상인 경우 먼저 13가 결합백신(프리베나13)을 접종하고 1년 후에 23가 다당백신(프로디악스23 등)을 접종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소아에 접종한 7가 백신이 성인, 노년층에서도 감염을 예방했듯이 '13가 백신'도 이를 증명하는 데이터가 덴마크, 영국 웨일스, 미국에서 발표됐다.
그럼 소아에게 13가 결합백신 접종 후 성인에서 질병이 감소하거나 퇴치된다면 성인들은 왜 백신 접종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한다.
ACIP 백신 가이드라인에는 65세 이상은 먼저 13가 결합백신을 접종하고 1년 후에 23가 다당백신 접종을 권한다. 이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첫 번째는 23가 다당백신을 맞아도 비침습성 폐렴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추정이다. 왜냐하면 CAPAMIS 연구를 보면 23가 다당백신으로도 비침습성 폐렴 질환이 예방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미국 ACIP, CDC가 함께 진행한 두 가지 백신(PCV13, PPV23) 접종 비용효과성 연구 결과다. 소아에게 13가 결합백신 접종 후 성인에서 질환 발병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면 어른에게 백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결론이 2010년 발표됐다.
아이에게 접종한 백신이 노인에게 영향을 준다면 어떤 방법으로 분석을 해도 노인이 13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비용효과적(cost-effective)이지 않다.
노인에게는 23가 백신 접종이 비용효과적이라는 뜻인가.
두 가지 백신을 같이 접종할 때 노인 한 사람당 예방 접종 비용이 300%, 즉 기존 정책에 비해 비용이 3배 더 든다는 결과가 있다.
13가 결합백신이 나오기 15년 전 노인들의 23가 다당백신 접종 비용효과가 어떤지에 관한 연구도 진행됐다. 직접 연구에 참가했는데 노년층에서 23가 다당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매우 비용효과적이라는 설득력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미국에서는 비용효과(cost effective)에서 더 나아가 비용절감(cost saving)이라는 결과도 있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한국 의료진이 생각할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년층에 대해 13가 결합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는가'다.
CAPITA 스터디를 했던 네덜란드도 정부 차원에서 노인들에게 13가 결합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대신 어린이들에게 13가 결합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도 소아 때 백신을 접종하면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노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논의 끝에 정책을 바꿔 노인에게는 13가 결합백신이 아닌 23가 다당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독일, 러시아 등 국가들은 폐 전문의, 노인성 질환 전문의, 감염성 질환 전문의 등 의료계 자체에서 노년층의 13가 결합백신을 권고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 차원에서는 아니다. 이런 정부 결정은 옳다고 본다. 정부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똑같이 보건의료비를 집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소아와 노인에게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이 NIP 정책으로 도입되고 있다.
노년층의 감염 예방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다당백신 접종을, 아이들에게는 13가 결합백신을 권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다.
최근 G20 국가 대상 성인 폐렴구균성 질환 예방의 정부 예산 정책을 연구한 결과, 원한다면 13가 결합백신 및 23가 다당백신을 둘 다 쓸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은 된다. 하지만 20개국 중 오직 미국만 23가 다당백신과 13가 결합백신을 둘 다 권고하고 있다.
미국 ACIP는 2018년에 현 정책(65세 이상 먼저 13가 결합백신 후 1년 후 23가 다당백신 보충 접종 권고)을 검토하겠다고 공표했다.
65세 이전의 성인이나 백신 접종 이력을 알 수 없는 사람들한테도 23가 백신만 접종해도 되는가.
23가 다당백신은 65세 미만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특히 유방암이나 콜론 결장암 등 면역 체계 이상을 보이거나 심장 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65세 미만 환자들에도 예방 효과가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