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생각하는 상대가 있다. 환자가 아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 바로 그곳.
그런 불편한 상대가 대학병원 법무 담당자에게 상을 줬다. 아주대병원 법무팀 정석관 계장(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운영이사, 43)이 주인공이다.
정 계장은 최근 열린 조정중재원 창립 4주년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18년 동안 의료분쟁 업무만 담당해온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만약 병원이 잘못한 게 없을 때 병원이 직접 환자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면 환자는 반발심만 드러내지 잘 듣지 않는다"며 "제3의 기관이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해 환자에게 설명하면 환자도 병원이 직접 얘기했을 때보다 더 잘 수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쟁은 빨리,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 조정중재원이 중간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소송으로 가게 되면 시간도, 돈도 훨씬 더 들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는 조정중재원이 아직 4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정 계장은 조정중재원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감정부와 조정부의 의견 일치를 꼽았다.
보통 의료분쟁 조정에 들어가면 병원 측의 과실 여부를 감정부가 감정 한 뒤, 조정부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와 병원 사이에서 조정을 한다.
정 계장은 "감정부에서 병원 과실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조정부에 가면 손해배상을 하라고 중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병원 측에 잘못이 없다면 조정부가 환자 설득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정중재원을 경험해본 다수의 법무 담당자는 조정중재원이 병원을 압박하고, 환자 편만 든다고 한다"며 "병원을 대변해주고 항변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 계장은 조정중재원이 의료기관 참여율은 미흡하지만 조정성립률이 높다 보니, 그 수치를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위한 압박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감정부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조정부가 환자를 설득할 때도 있지만 조정부에서 역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럴 때는 새로운 분쟁으로 가게 되는 단초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강제 개시한다고 해도 잘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
정 계장은 "조정부와 감정부의 방향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가 되면 높았던 조정성립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조정성립률이 낮아지면 결국 규모가 더 작은 한국소비자원과 비교되는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과의'소통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석관 계장은 현재 병원준법지원인협회 운영이사로서 조정중재원과의 공존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병원 법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세미나를 기획하는가 하면 조정중재원과의 간담회도 정례화하려고 한다.
그는 "소비자원과는 1년에 한 번씩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조정중재원이 병원과 환자에서 중심 역할을 하려면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