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 분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정석관 운영이사(42, 아주대병원)는 병원에서 의료분쟁이 생겼을 때 의료진의 적극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관 이사는 1999년 아주대병원에 입사해 의료분쟁 업무만 담당해온 지 17년이 된 중견 병원 행정 직원이다.
정 이사는 "보통 의료분쟁이 생기면 전담 직원이 알아서 다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분쟁이 끝날 때까지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지 사건이 조기에 잘 마무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 경위, 의학적 지식 등 분쟁 해결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허심탄회하게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분쟁이 생겼을 때, 병원장이 실무진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은 "비슷한 사례가 있나"라는 것이다.
정 이사는 "처음 분쟁업무를 담당할 때는 한국소비자원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존재하지 않아 자료를 얻을 곳이 없었다"며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선배들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배에게 의존해 답을 구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내기로 생각했다. 병원 준법지원인협회노상엽 재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와 양산부산대병원 정재훈 씨가 힘을 보탰다.
기획부터 발간까지 약 1년이 걸려 탄생한 책이 최근 발간된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사례를 통한 실무상의 유의점을 중심으로(대한병원협회, 3만원)'이다.
의료분쟁 소송에서 다뤄진 법리적인 쟁점부터 법원의 판단 등을 담았다.
정 이사는 "인용된 판례만도 300건이고, 2심과 3심을 포함하면 450건이 된다"며 "그만큼 사례가 다양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낙상 사고라도 그 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다. 대주제로 허리 디스크에 대한 척추미추 경막외 주사시술 후 휠체어에서 긴 의자로 이동하던 중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낙상하는 사고를 분석했다.
다른 형태의 낙상사고 판례 18건도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중풍 검사를 받던 중 침대에서 낙상,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짐, CT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낙상 등이다.
이 밖에 ▲치질 ▲악성림프절 ▲난소난종 ▲요실금 수술 ▲고칼륨혈증 ▲뇌탈출 ▲척수염 ▲기도삽관 ▲뇌동맥류 ▲퇴거(병실 명도) ▲간암 등에 대한 판례도 담고 있다.
정 이사는 17년 동안 행정직원으로서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병원은 여러 직종의 사람이 모여있지만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중심으로 굴러가는 조직인 만큼 행정 직원의 위치는 애매모호하다"며 "작은 존재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실이 그렇다고 포기하고 안주하기보다는 공부하고 노력해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사람에게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그는 의료사고 분쟁 사례집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첫 번째 사례집이다 보니 다발생 사례를 모두 담지 못했다. 위암, 내시경 천공 등 가장 많은 의료분쟁 사례들을 모은다면 3권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사건인데도 재판부마다 결론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1만 5000건 정도의 판례가 쌓이면 판결 그 자체를 분석하는 작업도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