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뭐길래 이 무서운 병을 앓고 있는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
경기도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하고 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변 모 씨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메르스극복국민연대가 20일 서울 YWCA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고백이다.
변 씨는 처음 메르스에 감염됐을 때 의료진이 "어디가 아프냐, 뭘 해줄까"라고 물어도 "죽고 싶다, 죽여달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노력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 당시 변 씨의 상황은 24시간 구토를 하고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메르스가 알려지지 않았단 터라 왜 아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변 씨는 "간호사들은 안마도 해주고 머리도 감겨줬다. 주치의는 전화까지 와서 힘내라고 하고 매일같이 찾아왔다"며 "24시간 근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간호사, 의사가 어떤 약물보다도 힘이 됐다"며 "아무리 직업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메르스 때문에 머리를 맞댔던 시민-소비자-환자-보건의료단체-학계 전문가 연대 메르스극복국민연대가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라고 이름을 바꾸고 발대식을 가진 것.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에는 녹색건강연대, 소비자시민모임, 일차의료연구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지속가능기업연구회 등이 참여한다.
메르스극복국민연대 김동현 운영위원장(한림의대)은 "지난해 5월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 환자가 나오면서 메르스 사태가 시작됐다"며 "국가 방역망이 뚫리고, 걷잡을 수 없는 공중보건위기 사항으로 사회적 위기가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결은 감염병관리라는 제한된 프레임을 벗어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개혁되고, 변모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을 구축하고, 민주적 운영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관련 모든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열린 전문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 활동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발족 선언문을 통해 10대 개혁의제를 선포했다.
▲주치의제 도입과 일차의료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역량강화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 ▲지역사회기반 공중보건조직과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 ▲공중보건과 개인대상 의료의 통합된 보건의료체계 구축 ▲사보험 시장 팽창 억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와 합리적 운영방안 마련 ▲보건의료관리부서 일원화와 전문성 제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정착과 환자 안전 보장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 ▲시민과 전문가가 연대 암여하는 보건의료정책 거버넌스 구축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보건의료문제는 개별적이고, 단편적 사안이 아니고 지난 시기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안고 있었던 누적된 폐해가 그 모습을 일부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문제가 어느 한 지역의 이해관계로만 다뤄져서는 안되고 시민, 소비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국민 모두가 전문가 집단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해야만 올바른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