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한 협진에 반대하는 것은 의과와 한의과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국민건강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김숙희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종료 후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한 협진 시범사업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날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과장 남점순)는 '의-한 간 협진 활성화를 위한 예비 시범사업 추진'을 보고사항으로 건정심에 보고했다.
건정심에 데뷔하자마자 의-한 협진이라는 난제를 만나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복지부는 동일 기관에서 동일목적, 동일질환 진료에 대해 의과 행위, 한방 행위가 같은 날 발생한 경우, 현행은 후행행위 비급여에서 시범사업 중 후행행위도 급여로 인정키로 했다.
한방 급여대상 행위에는 침과 뜸, 부황 그리고 한약제제 등이 포함돼 있다.
김숙희 부회장은 "의-한 협진은 의사협회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의과와 한의학 간 밥그릇 싸움도 아니고,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건정심에서 날선 비판을 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 가족 입장에서 건정심 위원들에게 이야기했다. 병원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받고 한방에 가서 한약을 처방받았을 때 문제가 있다. 한약이 아주 효과 없는 것이라면 논란 필요가 없는데, 전문약과 비슷한 한약이 처방되면 국민에게 약을 오남용 시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숙희 부회장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않은 것이다. 의료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상당 수 한방 약제는 검증도 안 돼 있다"고 시범사업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의과 의료기관은 DUR 시스템을 통해 여러 곳에 갔을 때 어떤 전문약이 처방됐는지 검증되나, 의과와 한의과는 검증이 안 된다. 건정심 위원 중 아무도 반박을 못했다"면서 "협진하면 환자부담만 줄어든다는 입장만 생각한 것이다. 협력을 이야기하는데 과학적 검증 안 된 한방과 협력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숙희 부회장은 "국공립병원에서 시범사업 하겠다고 했는데, 중증 노인환자와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이중으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위원장인 차관이 한약 제제는 시범사업 대상에서 빼자고 했다"며 한약제제를 제외한 침과 뜸, 부항으로 시범사업 대상이 축소됐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협진 시범사업은 의결이 아닌 보고사항이라 (시범사업은)어쩔 수 없게 됐다. 의사협회가 절대 반대했다는 것을 회의록에 남기라고 했다"면서 "의료를 싸게 해줄 테니 양쪽(의과와 한의학)에서 치료받으라고 하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국공립병원 시범사업과 관련, "각 병원장에게 의-한 협진 시범사업 참여를 자제해 줄 것을 공문을 통해 전달할 생각도 있다. 이는 한의학 대학에 의대 교수들의 출강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의사협회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의사협회 대표로 홍순철 교수와 함께 건정심 위원으로 지속 활동한다.
김숙희 부회장은 "건강보험이라는 것은 제대로 되는 것은 없어도 의사 회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수가협상 단장을 하면서 건강보험 중요성을 경험했다. 건정심 위원을 통해 건강보험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건강보험 제도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