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설부터 20여년간 부실교육 논란의 중심이 됐던 관동의대와 서남의대가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속병원 없이 운영되던 관동의대는 1천병상 부속병원을 갖게된 반면 서남의대는 결국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의대 신설 막차 탄 관동·서남의대…20여년간 논란 중심
관동대학교 의과대학과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은 설립 직후부터 끝없는 논란을 만들어온 부실교육의 대명사였다.
지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지역 의료 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관동의대와 서남의대 설립을 허가했고 신설 직후부터 이들 대학들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대를 신설했지만 20여년간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해 부실의대라는 낙인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동의대는 인천가톨릭교구에 인수되기 전까지 20여년간 의대 신설 부대조건인 부속병원조차 설립하지 못해 부실의대의 대명사로 언급됐다.
결국 보다못한 교육부가 나서면서 관동의대는 부대조건 미이수를 이유로 매년 정원이 감축되기 시작했고 결국 입학 인원이 35명까지 줄어들며 존폐 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이미 비어버린 곳간은 채워지지 않았고 관동의대는 결국 창원 한마음병원을 시작으로 제중병원, 선한이웃병원 인수에 나섰다 고배를 마셨다.
이후 인천 프리즘병원을 인수해 부속병원 전환에 나섰지만 분할해서 지급하기로 한 대금을 한차례도 지급하지 못하면서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광명성애병원을 거쳐 분당제생병원 등과 협력병원을 맺으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봤지만 교육부는 단호했고 결국 학교법인은 500억원에 의대를 인천 가톨릭교구에 매각하게 된다.
서남의대도 관동의대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그나마 서남의대는 재단에 남광병원이라는 교육병원이 있다는 것으로 정원 감축은 피해왔지만 이것이 오히려 몰락의 단초가 됐다.
병상 이용률이 2.8%에 불과했고 한달에 환자가 30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병원신임위원회가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했고 이는 곧 서남의대의 부실교육과 수련문제로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 부실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쳤고 설립자 이홍하 이사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몰락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에서 학생들은 광주 보훈병원과 광주 기독병원, 예수병원을 전전하며 떠돌이 수업을 받아야 했고 결국에는 모교 간판이 내려가는 상황을 봐야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결국 넘어간 대학 간판…인수 대상자 자금력이 생사 갈라
이처럼 마치 쌍둥이처럼 부실의대의 대명사로 지목되던 관동의대와 서남의대였지만 인수전이 시작되면서 극명하게 운명이 엇갈리게 된다.
관동의대는 극적으로 부실의대 꼬리표를 떼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은 반면 서남의대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끝없는 자금난과 부실교육 논란에 시달리던 관동의대와 서남의대는 비슷한 시기에 대학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호시탐탐 의대 부속병원 승격을 노리던 종합병원들에게 이들은 더없는 먹이감이었고 각자 물밑협상에 나서며 의대 인수를 추진하게 된다.
먼저 주인을 찾은 것은 관동의대다. 관동의대는 명지병원과 결별 후 창원한마음병원, 분당제생병원 등이 눈독을 들였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인천가톨릭교구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판이 정리된다.
1천병상 규모의 인천국제성모병원을 설립한 인천가톨릭교구는 병원의 성장을 위해 부속병원 타이틀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무려 5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하며 인수전을 주도했다.
당시 명지재단이 시장에 제시했던 금액은 400억원. 이를 100억원이나 넘기는 금액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명지재단은 토지와 건물, 이사진 선임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다.
이후 관동의대는 가톨릭관동의대로 이름을 바꾸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인천가톨릭교구가 의대 교육시설 부지를 비롯해 전폭적인 지원으로 관동의대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관동대 관계자는 "인프라 개선부터 의대 인증 평가까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교구에서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서남의대도 비슷한 시기에 매각 대상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각종 사학비리로 설립자가 구속되고 교육병원이 수련병원 자격을 잃은데다 특별감사로 산더미같은 문제점이 도출되자 교육부는 임시이사회를 구성하고 서남의대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더이상 서남의대의 부실 교육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교육부 공무원 8명이 투입된 서남의대 임시이사회는 즉각적으로 인수 대상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관동의대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합병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관동의대 매각으로 대학병원 타이틀을 잃은 명지병원과 서남의대 학생들을 위탁 교육했던 전주 예수병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여기에 기업이 포함된 2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하며 인수전을 과열양상까지 띄게 된다.
막바지까지 한치 앞을 알수 없게 진행되던 인수전은 단 한번도 의대인증평가를 받지 못한 서남의대에게 관동의대 교육병원으로 수차례 평가를 진행한 명지병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됐고 명지병원은 또 다시 의대 부속병원으로 격상되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자금력이었다. 인수전부터 대두됐던 자금력 논란은 크게 뒤바뀌지 않은 채 여전한 문제로 지적됐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명지병원이 제출한 서남대정상화계획의 현금 330억원 확보 방안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인수가 한발짝도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명지병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상화 계획을 내놨지만 조정위원회도, 교육부도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내리면서 결국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을 위기에 놓였다.
구 서남학원 재단에서 들고 나온 의대 폐과 방안이 오히려 현실성 있다는데 무게가 실리며 대학문을 닫게되는 상황이 된 단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계자는 "사태를 어떻게든 빨리 덮으려는 교육부와 무리하게 의대를 탐내던 병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의대를 정치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정치권도 한 몫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의대인증평가를 20년째 거부했을 당시 의평원이 제기한 문제만 받아들였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상황을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