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개교한 이래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속병원을 갖지 못해 부실의대로 낙인이 찍혔던 관동대 의과대학이 영욕의 20년 세월을 마감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의대 신설을 간절히 원하던 천주교 인천 교구와 자금난에 허덕이던 명지학원이 빅딜을 성사시킨 것. 이에 따라 과연 관동의대가 부실의대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간의 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동대, 인천가톨릭학원 편입…20년만에 부속병원 확보
관동대학교는 지난 17일 50주년 기념관에서 관동대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대학 매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설명안에 따르면 관동대는 교육부의 인가가 나는대로 학교법인 인천가톨릭학원으로 편입된다.
편입은 무상증여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행법상 학교법인은 매수, 매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지학원은 인천가톨릭학원에 무상으로 관동대를 넘긴 뒤 이후 기부금 형태 등으로 인수 자금을 넘겨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여가 완료되면 관동의대는 꿈에 그리던 부속병원을 갖게 된다. 천주교 인천 교구가 최근 1천 병상 규모로 개원한 인천국제성모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출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의료재단 소속인 인천국제성모병원은 학교법인 소유로 넘어가며 앞으로 '관동의대 인천국제성모병원' 명칭을 쓰게 된다.
1995년 이후 단 한번도 부속병원을 갖지 못했던 설움을 새 주인을 만나 풀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빅딜로 관동의대는 현재 교과부가 겨누고 있는 칼날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 인증 평가도 순조롭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관동의대는 지난 1995년 개교 당시 교육부와 체결한 신설의대 설립 부대 조건을 지키지 못해 계속해서 정원 감축 처분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관동의대는 2011년부터 매년 10%씩 정원이 감축돼 현재 입학정원이 35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동의대는 명지병원과 결별 후 창원 한마음병원을 시작으로 제중병원, 선한 이웃병원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고 결국 인천 프리즘병원을 인수했지만 약속했던 돈을 주지 못해 소유권 소송이 진행중이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광명성애병원을 거쳐 분당제생병원과 협력병원 협약을 맺었지만 떠돌이 교육에 대한 비판을 커져만 갔고 부실의대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다.
특히 서둘러 미봉책을 마련하다보니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례들이 많았고 결국 교육부 감사와 어불어 의대인증평가에서도 인증 유예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주인이 바뀌며 1천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든 문제들은 한번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이러한 이유로 편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관동의대 학부모는 "이제서야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그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괘씸하지만 이제라도 결정을 내린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부실의대 꼬리표도 떼어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재단의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는데다 교육 병원 또한 상당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성모병원 보직자는 "사실 국제성모병원은 설립 단계부터 대학병원 이상의 대형병원으로 지어진 것"이라며 "관동의대를 상위권 의대로 성장시키는데 더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성모병원, 대학병원 격상…인력 충원 파란불
이번 빅딜은 관동의대에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국제성모병원도 꿈에 그리던 의대를 확보하게 됐다. 대학병원으로 격상을 의미한다.
천주교 인천 교구는 이미 수년전부터 의대 혹은 의전원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교구는 이미 송도 특구에 의대 교육시설을 짓기 위한 3천여명의 부지를 확보하고 교육부에 계속해서 신설을 요구하던 상태.
또한 만약 의대를 신설해 준다면 1천병상의 인천국제성모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여론몰이에 나선바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물론, 의료계도 의대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난항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의대를 가진 대학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실상 우회상장을 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구는 인천국제성모병원의 인프라를 활용해 관동의대를 성장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성모병원 관계자는 "관동의대를 5년내에 국내 10대 의대로 성장시키기 겠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며 "조만간 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인천국제성모병원은 개원 후 어려움을 겪어 왔던 인력 충원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천국제성모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을 비롯, 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등에서 의사들을 영입했지만 당초 계획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국제성모병원은 종합병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교원인 대학병원 교수들이 인천국제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 더이상 '교수' 명패를 달 수 없다는 뜻이다.
교수 스카웃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뜻대로 영입을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인 셈. 하지만 이제 부속병원으로 전환되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교수 임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난제를 풀게 됐다.
교육부 승인 등 남은 숙제 많아
그러나 이러한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부의 승인이다. 학교법인의 자산은 교육부의 승인 없이는 운영주체 변경, 즉 매각이 불가능하다. 만약 교육부가 불가 판정을 내리면 이 모든 계약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명지학원과 인천가톨릭학원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조건이 더 우수하게 변경되는 것인 만큼 무리없이 승인이 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동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에 교육부의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운영주체 변경은 교육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사안들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인이 난다해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우선 학교법인과 대학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인천가톨릭학원에서 강원도 강릉에 있는 대학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의대 교육 부분이다. 현행법상 의대 이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의대를 신설한 이유가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대 교육은 교육부가 허가된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 의대 강의실이 관동대로 신고돼 있는 이상 관동대에서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협력병원을 맺은 광명성애병원 강당에서 의대 학생들을 교육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제재를 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의대만 해도 의대는 울산에 있지만 본과생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성균관의대, 건국의대, 동국의대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모두 편법이자 불법이다. 결국 관동의대도 이같은 편법을 동원해야 하는 셈이다.
관동대 관계자는 "캠퍼스 이전 등의 문제는 분명 풀어야 하는 문제"라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불가피한 만큼 교육부도 충분히 인정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