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배재대 중소기업컨설팅학과 김진국 교수(한국규제학회 회장)가 X-ray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뿐 아니라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 역시 한의사들에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한국규제학회는 전경련 회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한의 의료 진입규제의 타당성을 진단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진국 교수는 X-ray나 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에서 활발히 활용돼 왔지만 그 자체가 서양의학에 더 친화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한의사에 대한 X-ray·초음파기기뿐 아니라 의료기사 지도권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초래할 위해성이 크지 않고, 의료기기 자체가 독점적인 사용을 전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 또 해당 의료기기가 치료기기가 아닌 환자 정보 수집용에 가깝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
반면 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학회가 주제 선정부터 토론자 섭외까지 특정 이익집단을 옹호하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겠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인사를 배제한 채 학회를 진행한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토론 말미에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의 마무리 언급이 있었지만 우연한 것이었다"며 "학술대회장에 한의사협회 직원들이 배석한 것도 협회 차원에서 관심의 발로일 뿐 규제학회 혹은 발표자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규제학회와 한의사협회는 무관한 것일까.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결과 김진국 배재대 교수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의사협회의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 주제 역시 '한의의료 규제제도 형성과정 분석'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이번 학술대회 주제와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규제학회는 "한국규제학회는 경제학/행정학/경영학/공학 등의 영역에서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규제연구나 용역에 대한 문의사항은 사무국으로 연락을 달라"며 김진국 교수의 연구용역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한국규제학회가 위 연구용역 내용을 게시한 날짜는 올해 3월 25일. 이번 학술대회가 한의협과 무관하다 해도, 불과 3개월 전 한국규제학회와 한의사협회간 '한의의료 규제제도 형성과정 분석' 연구용역이라는 접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게다가 김진국 교수는 한국규제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반면 김진국 교수는 이번 학회와 과거 연구용역 모두 한의사협회의 입김과는 무관한 학술적 접근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학회에는 연구용역이 많이 들어온다"며 "연구 내용이나 학술대회에서 토론했던 내용을 보면 한의사협회가 오히려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용역 전에 협회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를 시작한다"며 "용역 이전과 이후 내 시각에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용역 이전에 벌써 방송국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한의사협회의 용역을 수주한 것이 결코 학문적 접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X-ray, 초음파 허용 주장의 단면만 보면 한의사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발표 자료에는 CT나 MRI의 경우 영상의학전문의만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학술적인 접근을 했다는 게 그의 주장.
김진국 교수는 "공정경쟁과 진입 규제를 전문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서비스의 최종 목적지인 소비자의 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규제가 소비자(환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자적인 양심을 걸고 어느 한쪽을 옹호한 것이 아니다"며 "강연 당시에도 의학과 한의학의 협업이 부족한 점과 한의학이 표준화에 치열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지 않았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