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보시스템 마비는 외부에 설치된 냉각장치의 고장으로 인한 서버 과열이 원인으로 예비로 갖춰놨던 냉각장치마저 고장나면서 발생했다.
심평원은 심사·청구 시스템 손상과 청구자료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정보시스템을 일시 중단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요양기관은 이틀 동안 진료비 청구는 물론이거니와 DUR 시스템까지 마비돼 진료에 큰 불편을 겼었다. 여기에 정보시스템 마비로 이어진 요양기관의 진료 차질로 환자들까지 덩달아 불편을 겪게 됐다.
더구나 정보시스템 마비에 따른 대응을 두고도 심평원은 촌극을 벌였다. 정보시스템 마비에 대한 내용을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에 알리지도 않았던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처음에는 이미 의약단체에 정보시스템 마비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하다 뒤늦게 사실이 밝혀지자 사과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올해 초 심평원이 원주 혁신도시로 본부를 이전하면서 자신있게 밝힌 내용이 생각이 난다.
ICT 센터를 두고 담당자는 천재지변에도 3시간 내에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었다.
여기에 더해 심평원은 매년 ICT 운영을 위해 1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심평원의 심장'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화재나 지진 등 외부 재해로 파괴될 때 3시간 내에 네트워크를 복구, 정상가동할 수 있도록 제3의 장소 설비도 갖춰놨고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보시스템 마비 사태로 인해 심평원의 자존심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더구나 심평원 입장에서는 ICT센터를 통해 축적한 보건․의료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아쉬움은 배로 다가올 것이다. 서버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데만 바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심평원을 향한 의료기관의 신뢰가 더 추락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진료비 심사 조정, 이른 바 삭감으로 인해 심평원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이번 서버다운 사태는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나 다름없다. 체면을 크게 구긴 심평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