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사고 원인 중 하나가 세부전문의 증가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석승한 원장은 14일 병원의료산업 희망포럼 특강을 통해 오는 29일 도입되는 환자안전법과 관련해 미국 사례를 소개하며 세부전문의 증가와 의료사고에 연관이 있음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사고 즉, 환자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한국 이외에도 전세계적인 추세.
WHO는 '의료가 과연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확률이 100만명 당 1명인 데 비해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확률은 300명당 1명이라고 제시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의료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3000배 높은 셈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은 자체적으로 예방가능한 의료적 실수로 연 9만 8천명이 사망한다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충격을 받았다.
자마(JAMA)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국 사망원인 3번째가 의료사고 때문이며 연간 25만명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도 바꿨다. 가령 척수 주사기와 정맥 주사기를 달리 디자인 함으로써 맞지 않는 약은 아예 넣을 수 없도록 의료사고를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최근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사례가 21만명에서 40만명까지 증가하면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환자안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왜 늘었을까. 미국은 그 원인을 세부전문의 증가에서 찾고 있다.
석 원장은 "미국 의료계가 내린 결론은 세분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이처럼 의료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시스템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를 개선하는 것이 21세기 의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 포괄적 의료를 해야하는데 지나치게 미시적 의료를 하고있는 게 아니냐는 심각한 반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령, 순환기내과로 내원한 환자라도 진료과정에서 다른 세부전공과로 옮겨 진료를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틈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분석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없는 현실"이라면서 "오는 27일 환자안전법 시행을 계기로 자발적 보고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한 이후다. 무조건 실수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유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