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선진 외국의 진찰료 수준을 비교한 결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이 실효성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진료시간당 초진 진찰료가 가산되는 구조와 달리 한국은 진찰료가 고정돼 있고 그마저도 저수가로 묶여있어 구조상 박리다매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이용민)는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외래 진찰료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의원급 외래 초진 진찰료 수준이 일본의 절반, 미국에 2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미국의 진료시간에 따른 외래 초진 진찰료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환자 진료시간이 10분일 경우 52,173원, ▲20분 8만9,075원, ▲30분 12만8,951원, ▲45분 19만6,809원, ▲60분 24만6,862원으로 각각 차등 책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동일금액인 14,410원으로 묶여 있다.
미국은 환자의 질병과 건강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 셈.
초진 진찰료마저 기관 규모에 상관없이 저수가에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진찰료는 의원급이 14,410원, 병원 14,830원, 종합병원 16,500원, 상급종합병원이 18160원인데 반해 일본은 의원급와 병원급 모두 29,596원으로 동일하다.
미국은 오히려 의원급이 52,173원, 병원급이 31,808원으로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의원급을 더 보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원보다 병원의 외래 진찰료를 더 높게 보상해 주고 있는데 반해,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의원의 진찰료를 적어도 병원과 같거나 혹은 더 높게 보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는 박리다매로 진료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형 저 수가체계 동네의원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반 토막 난데 반해, 상급종합병원은 건강보험 급여비 수입에서 외래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1.5%에서 31.3% 급증했다.
이에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도 의원의 외래 진찰료 수준을 병원보다 높게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동네의원의 외래 진찰료 정상화 등을 통해 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