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호인력난이 의료계에 화두에 오른 가운데 간호조무사 또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채용 공고 한번에 수백명이 원서를 내는 반면 일선 개원가에서는 쓸만한 간호조무사 구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것.
21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간호조무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A종합병원에서 무려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이 5명에 불과했지만 400여명이 넘는 간호조무사들이 원서를 넣었기 때문이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를 정규직으로 뽑는 곳이 많지 않아 더욱 지원자가 몰린 것 같다"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도 좋은 편에 속해 늘 지원자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경향은 비단 A종합병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채용 공고를 낼 경우 최소한 수십대 1의 경쟁률은 예사롭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간호조무사를 뽑는 곳이 많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처우와 연봉이 우월한 이유다.
최근 계약직 간호조무사를 채용한 B대학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B대학병원은 2년제 계약직 간호조무사 채용 공고를 진행한 결과 8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B대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아웃소싱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우리 병원은 일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데다 직접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조무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병원들이 간호조무사를 아웃소싱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는 점도 간호조무사 인력 양극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간호조무사들이 정규직이나 직접 채용을 원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병원이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형병원 관계자는 "사실 대형병원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매우 한정된다"며 "이미 개원 당시부터 정규직을 채용하거나 직접 채용 절차를 진행한 예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빅5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은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부득이 인력이 필요할 경우 아웃소싱 등을 통해 시간과 부담을 줄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은 공급이 넘치지만 일선 개원가는 간호조무사 채용에 한숨을 쉬고 있다. 쓸만한 인력을 뽑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강동구의 내과 원장은 "개원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의원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며 "그만큼 능력있고 친절한 간호조무사를 구하는 것이 큰 숙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로 인해 인근 의원에서 서로 간호조무사를 빼가는 경우도 왕왕 나타난다"며 "간호사도 조무사도 개원가는 늘 기근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