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및 온라인 입금만 가능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 A의원의 진료비 수납 창구에 붙은 안내문 내용이다.
21일 개원가에 따르면 진료비를 현금으로 직접 받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횡령 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현금 직접 수납을 포기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개원 컨설팅 전문가들은 큰 금액이 오고 가는 비급여 진료과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A의원에는 최근 수납직원이 정산자료를 삭제, 무단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A의원 원장은 정산 과정에서 매출 자료는 있는데 2000만원이 비어 이상함을 느끼고 수납 직원 B씨에게 일별 대조 정산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B씨는 인수인계도 없이 돌연 A의원을 그만뒀다. 정산자료도 모두 삭제했다.
A의원 원장은 "퇴사 한 달 전에는 알리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취업규칙까지 만들어 직원관리를 하고 있지만 인수인계도 없이 직원이 갑자기 잠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만원의 행방도 문제지만 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달이라서 정산이 늦어져 다른 직원들에게 월급도 늦게 줬다"며 "거기다 그 직원의 몫까지 다른 직원들이 대신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의원은 회계투명화 일환으로 접수 데스크에서 현금 결제를 원하는 환자에게 비용을 직접 받는 대신 온라인 입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하고 있는 정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수납 사인을 환자와 수납 직원, 상담자 등 3명 이상이 함께 확인하고, 현금 영수증은 환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자진발급한다.
개원 컨설팅 관련 전문가들은 피부 미용 등을 주로 하는 비급여 진료과는 특히 큰 금액의 현금이 오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금 거래 과정에서 A의원처럼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C개원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실제 광주광역시에서 피부레이저 시술을 주로 하던 한 원장은 직원의 진료비 횡령으로 충격을 받아 한동안 직원 없이 혼자 의원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직원의 횡령 사건을 겪는 의사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카드 취소 건이나 지인 할인 등을 이용하는 등 진료비를 가로채는 방법도 다양하다. 더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방전달시스템의 접근권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개원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의사의 처방에 대해 직원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비급여라도 진료 및 처방 기록이 있어야 비용을 받을 수 있는데 직원이 이 처방 내용을 지워버리면 의사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처방전달시스템(OCS)을 통해 처방을 하고 나면 담당 의사가 아닌 직원들은 그 내용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접근권에 차별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