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제약사 약을 전혀 쓰지도 않았는데 J제약 영업사원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148만원을 나에게 줬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2008~2009년 병원에서 처방한 의약품 사용통계를 소명자료로 냈지만 묵살됐다.
#. 최근 복지부로 부터 "2009년 2월부터 5월까지 K제약에게 738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는데, 공소시효가 지나서 행정처분이 종결 처리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시기는 전공의 2년차 때라 처방을 거의 한 적이 없고 병원에서 상담(consult) 위주로 보냈던 상황이다. K제약은 들어본 적도 없고 직원을 만나본 적도 없다.
리베이트를 결정짓는 강력한 증거인 '범죄일람표'. 제약사가 만든 리베이트 장부를 지칭한다.
범죄일람표 내용이 사실과 달라 증거까지 첨부해가며 억울함을 호소해봐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개원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검찰은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죄'가 있다며 기소 처분을 내리고, 보건복지부 역시 검찰에게 이를 넘겨받아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다.
위 사례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12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복지부의 부당한 리베이트 행정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한 조사'에 접수된 내용들이다.
일주일사이 20여건이 접수됐다.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전문의가 절반을 넘는다.
범죄일람표와 사실은 다른데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렸고, 공소시효법으로 그 처분을 면하게 됐다는 게 주내용들이었다.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복지부가 보낸 행정처분 종결 처리 통보를 받아든 다음에야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공소시효법 시행으로 처분을 면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고 했다.
접수된 사례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재활의학과 전문의 A씨는 2010년 7월부터 9월까지 K제약에게 리베이트로 464만원을 받았다며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레지던트 2년차.
A씨는 "레지던트 2년차는 제약회사 직원을 만날 기회도 없을 뿐더러 그 정도 금액을 받을 이유도 전혀 없다"며 "당시 입원, 외래는 거의 없이 근전도 검사가 주요 스케줄이었기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2009년 7월 초 K제약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는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반전은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던 시기 B씨는 남편을 따라 1년째 미국에 있던 때였다는 것. 1년 동안 다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B씨 의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다. B씨는 7월 말에 입국해 8월 10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B씨는 복지부에 출입국 신고서와 7월 진료 청구건까지 보내며 리베이트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 소식도 없다가 행정처분 공소시효가 지나 종결됐다는 공문이 왔다"며 "소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리가 아니라 기한이 지나 행정처분을 안한다고 통보를 하니 너무 원통하다"고 토로했다.
소청과의사회 배순호 회무부회장은 "레지던트 2년차면 보통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만날 일이 없다. 제약회사가 레지던트한테 돈을 몇백만원씩 줄 이유도 없다"며 "정부와 검찰은 사실 관계를 파악도 하지 않고 범죄일람표만 보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소시효법 때문에 행정처분이 종결됐다고 해도 범죄자로 몰린 억울함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을뻔 했던 의사가 300명 정도 되는데 이들의 사례를 최대한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