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이 수년간에 걸쳐 갈고 닦은 야심작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드디어 첫 삽을 뜨며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암 진료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경희의료원의 목표. 하지만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얼마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연착륙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목표 후마니타스 암병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경희의료원(의료원장 임영진)은 27일 후마니타스 암병원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암병원 경쟁에 들어갔다.
#i1#2018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설립되는 후마니타스 암병원은 지상 7층, 지하 2층, 건축면적 약 1800평 규모로 경희의료원 전면 좌측에 들어서게 된다.
경희의료원은 의, 치, 한, 간호, 약대까지 모두 보유한 경희의료원의 특성을 살려 타 병원과의 차별성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결국 다학제 진료라는 기본 틀 아래 유전체 치료와 예방 시스템 등을 통해 수술과 처방에 집중하고 있는 타 병원 암병원과 차별화 요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영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은 "후마니타스 암병원은 획일적 진단과 치료를 최대한으로 지양할 것"이라며 "인간다움의 회복과 개인별 맞춤 정밀의료를 통해 차별화된 암 전문 치료기관을 표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병원 건물과 내부 인테리어도 타 암병원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감각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노디자인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따라 경희의료원은 교수들의 진료실은 물론, 수술실과 병동을 본관과 공유하는 공간 미학을 준비중이다.
이 중간에 다학제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의사들이 본관과 암병원 사이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암병원 전층에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컬러테라피를 적용해 감성을 자극하는 장치도 적용할 계획이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후마니타스 암병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간 존중의 가치를 드높이는 경희의료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후발주자 한계 극복 과제…감성 진료 통할까
이처럼 경희의료원의 새로운 꿈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대내외 사정으로 인해 착공 시기가 크게 늦어진 것이 가장 큰 핸디캡이다.
실제로 경희의료원은 지난 2010년부터 암병원 설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후 2013년 본격적으로 암병원 설립에 나섰지만 전국 대학병원들이 모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등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첫 삽을 뜨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희의료원은 오히려 독보다는 약이 됐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길연 암병원 건립추진본부장은 "지금까지 암병원 설립을 위해 준비한 서류만 수백장을 넘어간다"며 "그만큼 시간을 가지고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마니타스암병원이 내세운 정밀 의료와 감성 진료가 얼마나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수백병상에 달하는 대형병원 암병원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설과 인력으로는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후마니타스 암병원은 유전체와 예방 등 정밀 의료 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렇다할 선발 주자가 없는 분야이니 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감성 진료 또한 마찬가지다. 후마니타스라는 이름에서 드러나 듯 경희의료원은 공장식 진료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환자 중심의 암병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시설과 인력이 아닌 환자에게 다가가 맞춤 의료를 하겠다는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결국 이 두가지 승부수가 환자들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줄지가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연착륙을 할지에 대한 관건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임영진 의료원장은 "모두가 하는 방식을 따라가서는 절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경희의료원만의 색깔, 후마니타스 암병원만의 가치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